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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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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18 23:45:59 수정 : 2020-10-18 23: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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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갱유는 중국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기 위해 시행된 대표적인 흑역사다. 진나라 시황제의 승상이던 이사는 법에 의한 획일적 사회 통제를 주장하는 법가사상의 숭배자였다. 그는 시황제를 설득해 법치 노선을 비판하는 학문과 사상을 배격하는 분서갱유를 밀어붙였다. 기원전 213년 실용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을 불태웠고 이듬해 유생 460명을 구덩이에 매장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분서갱유는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14년 만에 무너지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

국내에서도 최근 분서갱유라는 말이 소환됐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난달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이 분이 더 큰 권력을 쥐게 되면 분서갱유 사태가 생길 듯하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는 이 지사의 SNS 글을 인용하며 “어느 독재자의 말일까. 히틀러나 진시황이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말”이라고 적었다. 이 지사의 ‘사이다 발언’이 모든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독재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두려워 한다. “만일 언론에 자유를 준다면 내 권력은 사흘을 못 갈 것”이라고 한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부터 그렇다. 인류 지성 발전의 원동력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다.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다.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고 했다.

16일 프랑스 이블린주 콩플랑생토노린 학교 인근에서 중학교 역사·지리 교사인 사무엘 프티가 체첸 출신 무슬림 이민자인 18세 청년에게 참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티는 수업 도중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2015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해 그린 만평을 보여줬다가 참변을 당했다. 당시에도 무장 괴한들이 에브도 사무실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숨졌다. 무슬림에게 무함마드 비판과 이미지 표현은 신성모독으로 간주된다. 자기 신앙의 교리를 강요하는 건 종교의 존재 의미를 망각하는 행위다.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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