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당선에 연거푸 허리 굽혀
스가 “안좋은 여건에 늘 응원”

“1987년 요코하마 시의원 선거 때 (출마를) 허락을 해줬습니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2) 일본 자민당 총재는 지난 9일 당 청년국·여성국 주최 후보 토론회에서 아내 마리코(眞理子·67·사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스가 총재는 당시 지역조직, 지명도, 정치자금도 없이 시의원 선거에 나섰을 때 아내가 6개월, 3세, 6세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응원해 준 것에 대해 여러 인터뷰에서 감사의 뜻을 표현한 바 있다.
마리코는 14일 남편이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자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드린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연거푸 허리를 굽혔다. 스가 총재가 16일 총리로 취임하면 마리코는 일본의 새 퍼스트레이디가 된다.
스가 총재는 1975년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중의원(하원) 의원(통상산업상·건설상 역임) 비서로 들어간 뒤 동료 여비서의 언니인 다섯살 아래 마리코를 소개로 만났다.
아키타현 유자와시의 산골 아키노미야 출신인 스가 총리와는 달리 시즈오카현 시미즈시(현 시즈오카시 시미즈구) 출신으로 단기대학을 졸업했다. 주간신조(新潮)는 “마리코씨는 이혼경력이 있고 스가씨와는 재혼”이라고 보도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스가 총재의 초·중·고 동기인 이토 에이지(74)는 기자에게 “요시히데는 30세쯤에 결혼했다”며 “결혼식을 고향에서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마리코는 튀는 것을 싫어하고 주변을 배려하는 자상한 성품인 것으로 보인다. 니혼TV는 새로운 퍼스트레이디에 대해 “무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심스러운 성격”이라는 주위의 전언을 소개했다.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는 주간지 여성자신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12월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때 왕실 행사에서 마리코를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관방장관이 되다니 대단하네요. 될 것으로 생각했었나요”라고 물으니 마리코가 “반드시 큰일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마리코는 각종 스캔들에 연루됐던 아베 총리의 아내 아키에와는 정반대 모습이어서 주목받는다. 아베 정권이 사학인 모리토모학원에 8억엔이나 싼 헐값에 국유지를 매각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이 재단 산하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이 아키에였다. 아키에는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숙기간에 친한 연예인과 봄꽃놀이를 하고, 단체 온천 여행을 떠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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