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숙한 손놀림과 함께 오묘한 문양의 카드 다섯 장이 바닥에 한 장씩 깔린다. 그 위로 놓여지는 다섯 개의 보석, 그리고 이어지는 묘령의 목소리.
“1번 (보석을) 뽑으신 분들은 이미 연락하고 지내는 상대가 있으신 것 같아요. 서로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알아가는 단계이신 것 같은데, 이달 초·중반쯤에 인연이 빠르게 들어올 수 있거든요….”
구독자 41만명의 유튜브 채널 ‘타로 호랑’(사진)에 올라온 ‘9월 연애운’ 영상의 한 장면이다. 유튜버가 뽑아놓은 카드 중 하나를 마음속으로 선택한 뒤 풀이를 듣는 식인데, 일주일 만에 39만회 넘게 조회됐다. 말하자면 ‘온라인 점집’인 셈. 그렇다고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영상 설명란에 쓰여있듯 “복채는 구독과 좋아요”만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어쩐지 답답한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점집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사주와 역학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기성 세대와 달리 20·30세대에서 이를 가벼운 기분전환 혹은 힐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유튜브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면, 유·무료 동영상 사주풀이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역학 채널이 족히 100개는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4년 출시돼 무료로 ‘오늘의 운세’ 등을 볼 수 있는 ‘점신’ 앱은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건을 돌파했고, 일부 유명 역술인들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정·재계 유명인들의 사주풀이 영상을 올리는 등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한 유명 인스타그램 점집은 사람이 하도 몰리다보니 온라인 상담임에도 예약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한다.
SNS와 유튜브의 일상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온라인 점집의 인기비결로 꼽히는데, 일부에선 미래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안감을 이유로 지목하기도 한다. 업계 말을 빌리면 코로나19 이전엔 연애나 결혼 등 애정 관련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진로와 취업, 이직, 고시 등에 대한 운세풀이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유튜브 영상 아래 댓글도 거의 대부분 ‘간절하면 취업이 될 것이라 믿어요’, ‘이번엔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 등 바람과 염원을 담은 것들이다.
한 역학 채널 관계자는 “진로와 취업 관련 질문이 가장 많고 최근에는 이혼이나 재혼, 성정체성에 관한 것도 적지 않다”며 “다양해진 청년세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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