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여성을 연쇄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최신종(31)의 범행 내용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최씨는 아내의 지인인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해한 지 4일 만에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또다른 20대 부산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당시 상황에 대해 ‘약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8일 전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유랑) 심리로 열린 최신종의 재판에서는 전주 여성 살인사건에 이어 부산 여성 살인사건이 추가로 병합됐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최씨의 부산 여성 살해 사건에 대해 설명하며 엄벌을 요청했다. 검찰은 “최신종은 지난 4월 18일 오후 모바일 채팅앱을 통해 만난 부산 여성 A(29)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뒤 전주 모처로 이동했다”며 “당일 오후 11시 58분쯤 A씨와 돈 문제로 다투게 되자 최신종은 테이프로 피해자의 양손을 묶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신종은 19일 오전 1시5분쯤 A씨를 승용차에 태우고 완주군 모처로이동한 뒤 A씨의 몸 위로 올라가 양손으로 목을 졸랐다”며 “이때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어요. 살려주세요’라는 피해자의 말에도 최신종은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최신종은 범행 당시 A씨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 15만원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어 “A씨를 살해한 그는 시신을 17m가량 끌고 가 인근 복숭아밭에 은폐했다”며 “최신종을 강도 살인, 시신유기 혐의로 기소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 부착도 청구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최신종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강도 살인 혐의에서 강도 부분은 부인하고 있다”며 “또 피고인은 그 당시 약에 취해 있었다. 살해 동기와 관련해 명확한 기억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심신미약 주장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라는 취지”라고 답변했다.
최씨는 앞서 지난 4월 15일 0시쯤 아내의 지인인 전주 여성 B(34)씨를 성폭행한 뒤 금팔찌 1개와 돈 48만원을 빼앗고 살해, 시신을 임실군과 진안군의 경계가 맞닿은 한 하천 인근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최신종은 “도박 빚이 9000만원 있는데 갚아줬으면 좋겠다”는 요구에 B씨가 “도박하지 마라”고 훈계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당시 피해자로부터 빼앗은 금팔찌를 아내에게 선물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적 분노가 일기도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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