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도로에는 온갖 쓰레기 가득…언덕 마을은 강풍 피해

"평생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완전 몸서리가 납니다."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서 만난 김모(69)씨는 부서진 식당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 부부가 운영하는 2층 규모 식당은 구룡포읍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식당은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면서 거센 파도로 직접 피해를 봤다.
건물 3층 높이 이상인 10여m에 이르는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면서 김씨 식당 창이나 문이 부서졌다. 이 파도는 해일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부서진 건물 사이로 파도가 계속 치면서 1층에 있는 방 3곳과 식당 비품이 침수돼 다 못쓰게 됐다.
2층에는 천장이 내려앉으면서 다니기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바닷물이 들이치면서 식당 앞 인도 콘크리트가 뜯기고 보도블록이 10여m 길 건너편까지 무더기로 쓸려갔다.
식당 인근에 설치된 창고 2채와 집 1채는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집주인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파도를 막기 위해 이 일대에 설치된 방파제도 곳곳이 부서져 태풍 위력을 실감케 했다.
바로 옆 전선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기 어려운 양철판이 빨래처럼 걸려 있었다.
포항시에 따르면 구룡포읍내에서 구룡포해수욕장 사이에서만 집 3채가 모두 부서지고 20채가 반 정도 파손됐다.
시는 간판 10곳, 지붕 40곳이 부서지고 담 29곳이 무너진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김씨 식당에서 가까운 구룡포항 북방파제 주차장은 높은 파도와 함께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곳곳이 침수됐다.
그나마 상가나 집은 주차장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주차장에 세워둔 차는 운전석까지 물이 찼다.
한 차주는 "아침에 주차장에 와보니 무릎까지 물이 차 있었고 차 문을 열어보니 안에도 물이 차 있었다"고 전했다.

주차장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비롯해 가스통, 어구, 블록, 돌 등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주변 도로 역시 온갖 쓰레기가 쌓여 왕복 4차로임에도 교차해서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차장 길 건너편에 있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일본인가옥거리도 일부 간판이 부서지고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시는 이른 아침부터 인력과 중장비를 동원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해병대 1사단 장병과 신속기동부대원 500여명은 이날 오전 구룡포읍에 긴급 투입돼 도로 복구와 침수가옥 정비를 도왔다.
일본인가옥거리 옆 언덕에 있는 마을은 강풍에 따른 피해를 봤다.
한 4층 빌라의 1층 천장은 강풍으로 곳곳이 부서졌고 바로 옆집 양철지붕은 크게 파손됐다.
이모(64)씨는 "집에 있던 컨테이너 창고가 넘어지고 지붕이 날아갔다"며 "40여년간 이 집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강한 바람이 불면서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