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복학왕’ 연재 중단” 네이버 유저 1167명 요구…네이버웹툰 “내부 가이드라인 강화”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등 회원들이 기안84 웹툰 ‘복학왕’ 연재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맨 아래 사진·본명 김희민)가 네이버 연재 웹툰 ‘복학왕’으로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네이버웹툰 측이 웹툰 편집 내부 가이드라인을 수정할 계획이다.

20일 네이버웹툰 측은 “최근 회사 내부에서 사회의 더 다양한 시각을 담는 방향으로 웹툰 편집 가이드라인 강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칫 작가들의 창작 부분을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현 가이드라인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사내 청소년보호 담당 부서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웹툰 심의는 그동안 한국만화가협회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 지난해 배포한 ‘웹툰 연령등급분류를 위한 자가진단표’를 기준으로 하되 시대 정서를 반영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했다.

자가진단표에 명시된 웹툰 플랫폼 사업자가 각 웹툰에 부여할 수 있는 연령등급 기준은 전연령·12세·15세·18세인 4단계이다. 등급분류 기준은 ▲주제 ▲폭력 ▲선정성 ▲언어 ▲약물 ▲사행성 ▲모방위험 ▲차별 8개로 설정돼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304화는 선정성 항목 기준 15세 이상 등급에 해당하는 ‘성적 행위가 있음을 암시하나 자극적·구체적·지속적·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 한윤종 기자

앞서 기안84는 지난 11일 공개된 복학왕 304화에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부수는 장면과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같은 레벨의 것이 아닌…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는 303화에서 40대 남자 직원이 인턴인 봉지은에게 “누가 널 뽑아주냐”고 비아냥거리는 장면에서 이어진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별다른 배경이 없는 봉지은이 남자와 성관계를 가져서 정직원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암시한 내용이라며 크게 비판했다.

이에 기안84는 지난 13일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며 “부적절한 묘사로 불쾌감을 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네이버 유저 1000명이 복학왕 연재 중단 요구에 나섰다.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등의 8개 단체는 지난 19일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 유저 1167명이 아이디(ID)를 적은 서명 요구안을 네이버웹툰 측에 제출했다.

이들은 요구안을 통해 “복학왕 연재를 중단하고 공식 연재 작품이 여성 혐오나 소수자 모욕을 담고 있을 경우 불이익 조처하라”며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은 이용 규칙에 명확한 제재 조항을 신설하라”고 촉구했다.

이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