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48명으로 3배 이상 늘리는 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끈다. 대법관 증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사법개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바 있으나 대법원 측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 의원은 3일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법상 14명인 대법관 수를 48명으로 증원하고, 대법원의 심판권을 대법관 전원의 2분의 1 이상 합의체에서 행사하도록 했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원장 1명 그리고 대법관 13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대법관 가운데 법원행정처장을 겸하는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대법관이 13명인 셈이다. 아주 중요한 사건에 한해 이 13명 전부가 재판에 참여하는데 이를 ‘전원합의체’라고 부른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지 않는 거의 대부분의 사건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小部)가 맡아 처리한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재판에만 관여하고 소부 재판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현재 대법원에는 3개의 소부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건 상고심은 바로 이 소부에서 심리해 죄종 결론을 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의원 개정안대로 하면 대법관 수가 늘어나 일단 대법관 1명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 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 수에 비해 대법관 수가 너무 적어 ‘대법관들이 과연 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갖는 이가 많다. ‘대법관 밑에 있는 재판연구관들이 사실상 모든 재판을 담당한다’는 비아냥 섞인 얘기도 들려온다. 이 의원은 “인구 100만명 당 대법관 1인 정도는 돼야 국민들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의원이 사건 처리의 효율성만을 위해 대법관 증원을 제기한 것은 아닌 듯하다. 대법관 정원이 14명으로 제한된 현 구조 아래에선 법학자, 변호사 등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이 대법원에 입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법원에서 20∼30년간 근무한 정통 법관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가 ‘발탁’되는 시스템이다.
대법관이 48명으로 늘어나면 정통 법관 외에 법학자, 변호사 등 다양한 배경의 법원 외부 인사가 대법원에 입성할 길이 훨씬 넓어진다. 이 의원은 “최근 법관들의 일부 판결이 국민 의식 수준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는 법원의 폐쇄성과 승진 구조 때문”이라고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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