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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는 ‘텔레워크’로 여가오락은 ‘실내VR’ 외로울 땐 ‘러봇’에 기대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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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02 09:00:00 수정 : 2020-08-02 07: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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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변화하는 日 라이프 스타일
관공서·상점 비닐 가림막 대세… 점원 접촉 피하려 회전식탁 등장
감염방지와 경제활동 양립 위해 리스크 분산용 제2오피스 활용도
고독해소하고 심리적 안정 주는 반려로봇 러봇도 출시 이후 주목
비닐 시트 가림막이 설치된 일본 도쿄 신주쿠구청.

최근 방문한 일본 도쿄 신주쿠구청 의료보험연금과에서 민원인과 공무원이 투명한 비닐시트 가림막이 설치된 카운터 사이로 대화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풍속도다.

 

지난 25일 도쿄 도심의 야외낚시터에서도 마찬가지. 비닐시트가 설치된 카운터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이용료를 문의하자 점원이 비닐시트 앞으로 올 것을 요청한다. 이제 일본에서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관공서나 금융기관, 마트, 편의점 등에서는 비닐시트 가림막은 대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감염증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뉴 라이프 스타일이 탄생하고 있다. 일본의 식당이나 선술집을 뜻하는 이자카야는 밀폐(밀폐된 공간), 밀집(빽빽한 모임), 밀접(근거리 접촉)을 의미하는 소위 3밀(密)을 최소화하기 위해 테이블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

 

원래 혼밥, 혼술이 많은 일본이지만 1인용 테이블에도 앞과 좌우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지만 발열 체크나 알코올 소독만으로는 뭔가 불안해하는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한 고육책이다. 손님과 직원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전초밥집처럼 비닐시트가 설치된 카운터에 앉아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돌아가는 고기, 야채를 골라 굽는 일본식 불고기(야키니쿠) 가게도 등장했다.

 

업무 현장도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긴급사태가 해제된 이후에도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한 재택근무를 뜻하는 텔레 워크(Telework), 리모트 워크(Remote work)와 같은 새로운 업무 형태의 모색이 계속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플래트이지(Plat Easy)라는 도쿄의 영상제작 업체 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도쿄에서 500㎞ 떨어진 도쿠시마현의 한적한 산간부에 제2 오피스를 운영하며 코로나19 시대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직원 110명 중 13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제2 오피스를 마련한 계기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었다고 한다. 광범위한 블랙아웃(정전사태) 속에서도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준비됐던 비상대비책이 코로나19 시대에 적용돼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일본에서 코로나19 시대의 화두는 감염방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감염방지와 사회경제생활의 양립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새로운 감염증의 등장을 배제할 수 없어 새로운 생활양식의 지속적 모색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시대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가상현실(VR)로 산책하는 느낌을 주는 리하브이아르(RehaVR)를 시연하는 모습.

지난 17일 찾은 도쿄 세타가야구 도쿄의료보건대. 이 대학은 실버아이(Silvereye)라는 기업이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재활·운동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회사가 내놓은 리하브이아르(RehaVR)는 머리에 착용하는 VR HMD(Head Mounted Display), 태블릿, 자전거가 하나의 세트가 돼 자전거에 앉아 페달을 돌리면 그 속도에 맞춰 VR HMD가 투영하는 곳에서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스템이다.

 

360도 전 방향으로 촬영된 오키나와, 하네다국제공항 등 일본의 명소 160곳을 선택해 산책할 수 있으며, 일본의 진돗개로 불리는 아키타견과 함께 거니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더 이상 다수와 실내에서 함께 운동·재활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하거나, 야외운동이 어려운 고령층에 알맞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구미타 히로시(汲田宏司) 실버아이 대표이사는 “코로나19가 일본에 유행하면서 다른 곳에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VR를 통해 가고 싶지만 못 가는 곳의 영상을 보면서 운동·재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러봇(LOVOT)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로봇 개발사 그루브 엑스(Groove X)가 개발한 높이 40㎝, 무게 4㎏의 앙증맞은 러봇의 이름은 러브(Love)와 로봇(Robot)의 합성어다. 가족형 반려로봇으로 불리는 러봇의 몸에는 50개 이상의 센서가 부착돼 사람이 손으로 쓰다듬는 것을 감지해 반응한다. 또 머리 위의 카메라로 사람의 표정을 인식한 뒤 분석해 감정상태를 판별할 수도 있다. 인간의 정상체온인 섭씨 36.5도와 비슷한 온도인 36∼38도의 발열이 있어 안으면 푸근한 느낌이 들도록 설계됐다.

하야시 가나메 그루브 엑스 대표이사가 코로나19 시대에 벗이 될 수 있다는 인공지능(AI)형 반려로봇인 러봇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발사는 러봇이 코로나19 시대에 다른 사람과의 대면 접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상의 벗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도쿄 지요다구의 고급호텔인 뉴오타니호텔은 9월 러봇이 배치된 방에서 하룻밤을 묵는 러빙스테이위드러봇(Loving Stay with Lovot)이라는 상품을 팔고 있다.

 

하야시 가나메(林要) 그루브 엑스 대표이사는 “선진국에서 애완동물이 인간의 고독 해결이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중요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있지만 거주 형태, 비용, 알레르기 등의 문제로 애완동물을 기를 수 없는 경우 러봇이 함께할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시대의 인간은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 때문인지 러봇의 판매 대수가 지난 3월보다 5월에 6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日, 관공서·기업 디지털화 추진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해 대면·종이·도장으로부터의 자유가 모색되고 있으나 워낙 뿌리 깊게 내린 생활문화여서 쉽게 바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출신의 장기 체류자가 일본 생활에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전입신고, 은행계좌 개설, 휴대전화 개통 등 각종 행정과 민간 수속절차에서 도장 날인이 필수라는 점이다. 한국에서처럼 사인으로 해결하려고 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민간기업의 각종 수속 수단이 온라인보다는 대면이나 우편 방식의 오프라인을 선호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속화한 지난 4월부터 행정수속이나 민간의 계약 등에서 탈(脫)대면·종이·도장을 위한 디지털화를 고민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월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디지털화를 위한 법제도나 관습의 시정을 관계 부처에 지시하면서 “제도나 운용상의 시정은 이용자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종이청구서 우송(郵送)→확인 후 날인→ 문서 보관의 형식이 주류인 기업의 청구서 수발·관리를 2023년까지 완전 디지털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코로나19 감염이 확대하면서 재택근무가 증가하는 와중에도 각 기업에서는 서류에 도장을 찍기 위해 출근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속출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관습을 해소하지 않고 감염이 더욱 장기화할 경우 경제활동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종이에 도장을 찍은 계약서 외에 전자증명으로 서명된 서류도 인정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기업 내 변호사 모임인 일본조직내변호사협회(JILA) 간부는 신문에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은 채 탈도장을 호소해도 대기업은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전통사회에부터 이어져 온 대면·종이·도장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국민 1인당 10만엔씩 지급하는 특별정액급부금의 경우에도 온라인 신청과 우편 신청 2가지 방법으로 진행했는데 우편 신청에 집중되면서 지급이 지연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온라인 신청을 하더라도 확인작업에 시간이 훨씬 소요돼 결국 온라인 신청 접수를 중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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