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여 성향으로 알려진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11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들이 그(박 시장)만한 ‘남자사람 친구’(남사친)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은유’였다고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이 적잖다. 전씨는 이전에도 줄곧 박 시장을 옹호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박 시장)가 두 여성(아내와 딸)에게 가볍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 안다”면서도 “그가 한 여성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적었다. 이어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며 “박원순을 빼고 한국 현대 여성사를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넘치는 반인간성에 질려, 당분간 SNS를 쉰다”고도 알렸다.

곧장 논란이 일었다. 박 시장이 지난 8일 비서로 근무했던 한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를 당했음에도 여성들에게 그만한 친구가 없을 것이란 표현이 아무리 은유적이라곤 해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박 시장은 피소된 다음날 집을 나섰고,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대대적인 수색 끝에 지난 10일 자정무렵 서울 북악산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전씨는 “당분간 SNS를 쉬겠다고 했는데, 어이 없는 기사들 때문에 한 마디만 더 한다”며 “아래 글에서 남자사람 친구는 ‘노동자의 벗’이나 ‘서민의 벗’과 같은 은유로, 박원순만큼 여성의 권익과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실질적 성과를 거둔 변호사, 시민운동가, 행정가를 다시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 쓴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 정도 돼서 이런 표현의 의미를 모르진 않았을텐데, 어떻게든 속되게 해석해서 논란거리로 만들려는 안간힘이 참 애잔하다”며 “(아니면) 정말 무식해서 그런 것이냐”고 조롱하기도 했다.
앞서 전씨는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65세인 그(박 시장)의 재산이라고는 수억 원에 달하는 부채 뿐”이라며 “곧 시장공관을 떠나야 하는 그의 유족들에게는 거처할 곳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원순이 살아온 일생을 흉내조차 못낼 자들이 그의 일생 전체를 능멸하는 걸 보자니, ‘상처 입은 사자가 죽으면 들쥐 떼가 달려들어 그 상처를 물어뜯는다’는 어떤 나라 속담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박 시장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정의당 일부 여성 의원들을 겨냥해선 “조문하기 싫은 거 한다, 조문 안 하겠다고 떠들어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것도 이해한다”며 “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해도 되는 것’조차 분간 못 하는 건 좀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 시장에 대해 “그보다 더 여성 인권의 신장에 기여한 변호사, 여성의 안전과 권익을 위해 노력한 지자체장은 없었다”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른바 ‘조국(전 법무부 장관) 백서’ 제작에 필진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문재인정부 들어 친정부·친여 성향을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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