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가 또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통로가 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교회 관련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방역당국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신도 1700명 왕성교회 확진자 잇따라… 방역당국 긴장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 있는 왕성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날 정오 기준 27명이다. 지난 24일 30대 여성인 교인 A씨(관악 90번)가 확진된 이후 닷새 만에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왕성교회는 교인만 1700여명에 달하는 대형교회여서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교회는 밀폐된 공간에 많은 이들이 모여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특성상 침방울이 튀어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된다. 특히 A씨는 지난 18일 교회 성가대 연습에 참석했으며, 19∼20일 1박2일로 진행된 교회 수련회(MT)와 21일 주말예배에 참석해 접촉자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대본은 성가 연습 또는 MT 당시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인들이 당시 마스크를 썼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지난달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한 개척교회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해 참석자의 70% 이상이 확진됐다. 관악구는 교회 신도와 가족, 지인 등 관련자 1800여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확진자의 직장을 통한 연쇄 감염도 우려된다. 전날 확진된 20대 여성은 관악구 난우초등학교 시간강사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학교 내에 이동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4∼5학년 학생과 교직원들을 상대로 검사를 벌이고 있다. 26일 확진된 이들 중에는 서대문구 이대부고 교사와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사우나 직원도 포함됐다.
확진자들이 확진 전 다중밀집시설을 방문한 사례도 확인됐다. 왕성교회 신도인 30대 남성(서초 56번·26일 확진)은 20일 증상이 나타났으나 여러 식당을 방문했고, 22일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PC방에 3시간가량 머물렀다. 왕성교회 관련 감염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노원 46번·26일 확진)은 21일 마포구의 한 결혼식장을 방문해 뷔페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2일 아침부터 증상을 느꼈으나 이날 저녁 서초구의 대형 주점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을 방문했다. 이밖에 25일 확진된 30대 남성(관악 99번)은 관악구청 기간제 직원으로 확인돼 구청 별관 건물이 폐쇄됐다.

이재문 기자
이미 2차 감염 사례도 나왔다. 전날 경기 성남시에서는 2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그는 지난 22일 왕성교회 신도(확진)와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발적 집단감염 지속, 서울 확진자는 1300명 넘어
교회 관련 집단감염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의 주영광교회에서는 이날 정오 기준으로 1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교회 관련 확진자들은 대부분 26일 확진된 20대 여성 B(군포 59번)씨의 접촉자다. B씨는 지난 21일과 24일 예배에 참석해 신도 30여명과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원시 중앙침례교회에서도 이날 정오 기준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교회는 교인이 9000여명에 달하는 대형교회인 데다가 확진자가 증상 발현 전후로 예배에 참석한 날이 4번이나 돼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날 예배에 참석한 교인은 717명으로 확인됐다. 수원시는 이날 신도 717명을 모두 귀가조치하고 증상이 발현될 경우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라고 요청했다.
다른 집단감염지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1∼3명씩 추가되고 있다. 이날 서울 관악구의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가 2명 추가돼 누적 확진자는 207명으로 늘었다. 대전의 방문판매업체 관련 확진자는 전날보다 3명 추가돼 총 78명이 확진됐다. 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소규모 모임 관련 확진자는 전날보다 2명 추가돼 누적 확진자는 13명이 됐다.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최근 한달간 서울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500여명에 달한다. 이날 0시 기준 서울의 누적 확진자는 총 1301명으로, 이중 약 40%가 최근 한달 사이에 확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서울의 확진자는 다음달 초쯤 경북(1387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전 역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곳이다. 대전에서는 이달 15일부터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돼 2주 동안 지역 내에서 6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확산 초기에는 방문판매업체 관련 감염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추세다.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감염원이 확인돼야 접촉자를 모두 찾아내 추가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며 “감염원이 밝혀지지 않으면 방역당국이 확산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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