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검찰청이 채널A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빌미로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 대한 판단을 수사팀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가 수사 중인 채널A 이모(35)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기소 여부 등을 판단받기 위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기로 했다. 전문자문단은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는 제도다.
피의자의 진정을 받아들여 전문자문단을 소집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대검은 이 사건 기소 여부가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두고 취재 행위에 대한 법적 경계를 규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기자 측은 지난 14일 “수사팀이 형평성을 잃고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전문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대검에 제출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지난 3개월간 대검과 대검 감찰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사이에는 갈등이 이어져 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지난 4월 초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보고했지만,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맡겼다. 그러자 한 부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정식 수사에 착수한 뒤에는 대검과 수사팀 간에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
검찰이 의혹을 보도한 MBC 압수수색 영장을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논란이 일자, 윤 총장은 수사팀에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대검과 수사팀은 이후 채널A 기자들의 휴대전화 추가 압수수색과 최근 의혹의 당사자인 A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국면에서도 크고 작은 이견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자문단의 심의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지니지만, 어떤 의견도 내부 잡음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자문단이 기소 의견을 낼 경우 윤 총장이 측근의 수사에 대한 판단을 외부에 넘겼다는 지적을, 불기소 의견을 낼 때는 수사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대검이 전문단원 위촉 등 준비 절차에 들어간 것을 고려하면, 전문자문단 회의는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자문단은 토론을 거쳐 일치된 의견을 내도록 노력하지만, 불가피하면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견을 정한다. 자문단은 단장을 포함해 검사, 또는 형사법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자 중 7~13명을 뽑아 구성한다.
한편 이날 한 언론은 증거로 제출된 채널A 기자와 A검사장의 대화를 확보한 결과 유착과 반대되는 내용만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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