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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노예해방의 날’ 집회, 플로이드 사건 계기로 백인들도 대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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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1 06:00:00 수정 : 2020-06-20 23: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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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부통령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구호 거부
미국의 노예해방 기념일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를 맞아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이 피살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노란 우산을 들고 경찰폭력에 항의하고 있다. 댈러스 AP=연합뉴스

미국의 노예해방 기념일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인 19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 기념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철폐 운동과 맞물려 수많은 시민이 몰렸다. 특히 전통적인 흑인들만의 행사에 백인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AP통신은 이날 수도 워싱턴과 뉴욕, 필라델피아 등 미 주요 도시에서 150여년 전 노예제도 종식을 기념하기 위해 수백만명이 모여 집회와 행진, 축하 행사 등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노예해방 선언문을 낭독하고 인종차별 철폐를 호소했다.

 

시민단체 ‘흑인 생명을 위한 운동’에 따르면 이날 최소 45개 주에서 행사가 열렸다. 준틴스는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친 것으로, 미국에서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1863년 1월 1일 노예 해방을 선언했지만, 남부연합 소속으로 연방군과 맞섰던 텍사스주는 2년 반이 지난 1865년 6월 19일 마지막으로 노예 해방령을 선포했다.

 

이날은 연방 공휴일은 아니지만 텍사스주가 1980년 처음으로 자체 공휴일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47개 주와 워싱턴이 공휴일이나 기념일로 지정해 행사를 열고 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올해 준틴스 데이는 규모와 형식이 예년과 달랐다는 평가다. 흑인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백인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이다.

 

AP는 “플로이드 사건 이후 백인들도 올해 행사를 기념하며 준틴스 데이가 새로운 명성을 얻게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통적으로 흑인들의 기념행사였던 준틴스 데이가 이제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노예해방 기념일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를 맞아 19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의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 조각상 앞에서 시민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를 뜻하는 ''무릎 꿇기''를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워싱턴 내셔널 몰과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관, 백악관 인근에서는 수천명이 행진에 나섰고, 뉴욕 브루클린 공공도서관 앞에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슬로건 아래 수백명이 집결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준틴스 데이가 제2의 독립 기념일이 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지방정부의 조치도 잇따랐다.

 

워싱턴을 비롯해 코네티컷, 미네소타, 버몬트주 등이 노예해방과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뉴욕시는 내년부터 준틴스 데이가 공식 휴일이 될 것이라고 선포했다.

 

기업들도 이날을 기념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트위터, 나이키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준틴스 데이를 휴일로 지정했다.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 직원들은 시청까지 행진했고, 디트로이트의 포드, 제너럴 모터스, 피아트 크라이슬러 공장의 노동자들은 8분 46초간 작업을 중단하고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 지역방송 6ABC와 인터뷰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고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거부하고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All Lives Matter)라고 답했다.

 

미국의 노예해방 기념일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를 맞아 19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시애틀 도심에서 시민들이 경찰폭력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시애틀 AP=연합뉴스

펜스 부통령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비극이었다고만 말하겠다”며 “오늘이 노예해방일기념일인 만큼 우리나라가 건국 때부터 모두가 평등하게 창조됐고 천부인권을 부여받았다는 이상을 소중히 여겨왔다는 사실을 축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므로 실제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CNN은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는 구호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와 문화적으로 구분된다고 지적했다. 흑인이 미국 사회에서 차별받아온 역사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거부하자 방송 진행자는 “강요하는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도 재차 이 구호를 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진행자는 “사회 일부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때, 구호를 말하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러나 “모든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고 귀중하다는 데 의견 불일치가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다시한번 거부했다. 그는 “(모두의 목숨이 소중하다는 것은) 우리가 형사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면서 “우리는 공공안전을 강화하고 개선해나갈 방법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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