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의 리그 중단과 무관중 경기 등으로 상당수 구단이 심각한 재정적 피해를 호소 중이다. 자칫 수많은 팬에게 사랑받아온 팀들이 예상치 못한 악재로 사라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그 팀이 쌓아온 찬란한 역사 또한 사라질 위기다.

유럽축구 빅리그 중 하나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사상 최초의 ‘승격팀 1부리그 우승’ 기록을 세운 구단이 바로 그런 처지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16일 독일 3리가(3부리그)의 카이저슬라우테른이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로 독일 당국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3개월간 약 5만석에 달하는 경기장에 관중을 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단은 긴급하게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재정 상태가 크게 악화한 상태라 여의치 않았다.
파산보호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카이저슬라우테른은 채무를 유예받고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회생 방향은 어떤 식으로든 축구단으로 존속하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구단 해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유럽축구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카이저슬라우테른은 현재 3부 리그에 추락해 있지만 분데스리가에서만 4차례나 정상에 선 명문구단이다. 특히 1997~1998시즌 우승은 세계 축구 역사에서 손꼽을 만한 사건이다. 직전 시즌 2부리그에 있다 승격해 올라오자마자 리그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승점 2 차이로 제치고 챔피언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분데스리가 역사상 카이저슬라우테른이 유일하다. 이런 일은 빅클럽과 중소형클럽의 격차가 커진 최근에는 다시 나올 수 없는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소유한 구단인 셈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이변을 이끈 오토 레하겔 감독은 6년 뒤 유럽축구 변방인 그리스 대표팀을 이끌고 유로2004에서 또 한 번 역사적인 우승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카이저슬라우테른은 세계적 명감독을 배출한 팀도 됐다. 여기에 미하엘 발라크, 미로슬라프 클로제, 유리 조르카에프 등 스타들도 이 팀을 거쳐 갔다. 만약 카이저슬라우테른이 끝내 회생하지 못한다면 이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이야깃거리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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