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는 특별한 술이 있다. 그것으로 그들은 숙취를 앓지도 취하지도 아니하며….’
숙취가 없는 술이 천국에는 넘쳐흐른다는 내용. 어떤 문헌에서 나오는 이야기일까? 흥미롭게도 술을 금기시하는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56장 19절)에 적힌 내용이다.
생각해보면 이슬람교의 발상지인 중동지역은 세상의 유명한 술 발상지이기도 하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맥주’를 비롯해 아라라트산에서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었다는 성서의 노아 이야기. 그리고 8세기 증류 기술을 발견해 ‘위스키’ ‘보드카’ ‘코냑’ ‘진’ ‘럼’ ‘소주’까지 발전시켜 준 것도 이슬람의 연금술이었다. 알고 보면 이슬람은 현재의 대단한 술 문화를 만들어 준 곳이다.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지 이런 시도 남겼다. ‘내가 죽으면 포도밭 옆에 묻어주오. 죽은 뒤 술이 내 뼈에 스며들도록. 나를 사막에 묻는다면 술맛을 음미하지 못할 것이 걱정되니까.’
이렇게 술을 좋아하던 이슬람 문화권에서 금주하게 된 계기는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 때문이다. 술로 인한 폐해가 생기다 보니 7세기쯤에 아예 금지해 버린 것이다. 다만 무함마드도 바로 금주법을 시행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쿠란에 보면 술이 금지되기까지 몇 단계가 있다. 특히 술은 신이 준 은혜(16장 69절)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취한 자의 예배를 금지했으며, 심지어 술은 예배를 게으르게 하는 사탄의 일(5장 92∼93절)이라며 금주를 명한다.
국가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인도 술을 못 마시게 했다.
그렇다면 이슬람에서는 술 대신에 뭐를 마셨을까? 바로 커피다. 커피는 잠을 쫓아주고 예배를 잘 드릴 수 있게 도와줬기 때문. 특히 지금의 커피 마시는 방법을 일반화시킨 것은 이슬람 신비주의라고 불리는 ‘수피즘’이었다. 수피즘은 다른 이슬람교 종파와는 다르게 전통적인 교리 학습이나 율법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법을 통해 신과 합일되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긴다. 수피즘의 유일한 목적은 신과 하나가 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춤과 노래로 구성된 독자적인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낮에 일하고 해가 지면 집회장에 모여 밤새며 예배를 드렸다. 이때 커피를 마셨다. 졸지 않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 커피의 각성 작용에 의지한 것이다. 커피라는 이름의 유래도 카후와(Qahwa)라는 아라비아어로, ‘욕심을 깎는 것’이란 의미다.
커피는 초기에 성스러운 음료로 소중하게 다뤄졌지만, 서서히 일반시민에게 넓혀졌다. 커피는 마시는 카페 등이 중동지역의 중요 도시에 많이 생겼다. 이후 유럽과 수많은 전쟁을 통해 커피 문화가 유럽으로 전파됐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유럽에서는 신을 만날 때 술을 사용했다는 것. 서유럽에서는 와인이 미사에 쓰였으며, 포도가 나지 않는 아일랜드에서는 맥주로 미사를 드리기도 했다. 결국 커피든 술이든 모두 그들의 신을 만나는 용도로 사용됐다는 것. 인간이 가진 역사의 다양함을 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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