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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루·해머 난무한 육탄전… ‘동물국회’ 이번엔 사라지나 [연중기획 - 피로사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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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30 09:00:00 수정 : 2020-05-30 14: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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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에도 ‘난장판 국회’ / 2019년 공수처·선거법 등 여야 충돌 / 농성과정서 몸싸움 수십명 다쳐 / 국회선진화법 7년 만에 이전으로 / 20대 역대 ‘최악 국회’로 오명 남겨 / 여야 의원 28명 등 37명 약식 기소 / 통합당 14명·민주당 4명 기소돼 / 법 위반 땐 일부 당선 무효될 수도 / 이제는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야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거여(巨與)’ 체제가 된 21대 국회는 개헌을 제외한 법안 통과가 177석의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해졌다. 상임위 소속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도 범진보인 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잡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의석수만 앞세운 여당의 독주는 ‘협치’의 본령인 의회정치 실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선진화법’ 짓밟은 20대 국회

의회경호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4월 25∼26일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이 벌인 육탄전을 떠올리면 지금도 공포감이 든다고 전했다.

“보호장구도 없이 맨몸으로 국회 의안과 앞에서 대치 중이던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보좌진 사이를 막아섰다. 여야의 최전선 가운데 끼이는 바람에 현장에 있던 직원들이 허리·갈비뼈·목을 주로 다쳤다”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안과에 제출하려던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을 막으려고 의안과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법안을 제출하려는 민주당과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밖에서 농성을 펼치던 한국당이 충돌하며 수십명이 다쳤다.

2019년 4월 26일 새벽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여야 의원을 비롯한 보좌진,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법안 제출을 놓고 몸싸움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당시 패스트트랙 충돌로 의회경호담당관실(16명)과 의회방호담당관실(13)명 등 29명이 다쳤다.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33년 만에 경호권을 발동해 경호담당관실 직원 60여명이 국회 의안과 앞 현장에 배치됐다. 충돌 현장을 지휘하던 최오호 경호기획관은 갈비뼈가 골절됐다. ‘빠루’(쇠지렛대)와 해머에 부서진 의안과 출입문과 제복 수선비, 파손된 기물 복구 등에 375만원이 소요됐다.

“몸싸움이나 또 망치나 또 최루탄이나 이런 모습이 더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12년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후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킨 뒤 밝힌 소감이다. 국회선진화법은 2011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직권상정을 위해 당시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하자, 이에 반대하던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사건에서 법안 제정 논의가 촉발됐다.

2019년 4월 26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위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에 드러누워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는 조건이 새롭게 정의됐다. 법안 통과를 위해 또는 저지를 위해 의원들의 의장석 점거가 일상화되면서 직접적인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천재지변,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원내 교섭단체 간 합의라는 구체적 제한을 설정했다. 직권상정 횟수는 16대 6회, 17대 29회, 18대 99회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18대 국회 때는 전기톱과 소화기, 쇠사슬, 경첩 등이 등장하고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통합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욕설을 뱉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물리적 충돌은 사례는 줄었지만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식물국회’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야”

20대 국회가 끝났지만 패스트트랙 충돌의 여파는 진행 중이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1월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와 여야 의원 28명, 보좌진·당직자 8명 등 모두 37명을 불구속·약식 기소했다. 통합당은 14명, 민주당은 4명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이들 중 민주당 박범계·김병욱·박주민 의원과 통합당 이만희·윤한홍·김정재 의원만이 21대 국회에 생환했다. 개원 후 정식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국회법 위반의 경우 자칫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남부지검에서 나병훈 공보담당관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단독 과반이 무너지지 않는 한 과거와 같은 충돌이 재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수사로 국회선진화법 개정 때 만들어진 국회방해죄 처벌 규정이 처음 적용되면서 과거와 같은 몸싸움을 벌였다가는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교양학부)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힘싸움에서 보듯이 야당이 의석수에서 한참 밀려서 사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싸우려면 체급이 맞아야 하는데 상대가 전혀 안 돼 과거와 같은 충돌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야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인데, 여당이 의석의 힘으로만 몰아붙이면 오히려 정치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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