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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봄 학기제와 가을 학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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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7 22:30:07 수정 : 2021-03-25 14: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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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봄 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머지 나라는 가을 학기제를 시행한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 남반구 나라에서는 2월 또는 3월에 학기가 시작되지만,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이므로 가을 학기제의 예외가 아니다. 일본과 한국은 왜 다른 나라와 다른 학기제를 유지하고 있을까?

가을 학기제는 19세기 말 의무교육제도가 도입되었을 때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다. 각국 정부는 ‘민족주의’의 발흥에 발맞추어, ‘국민’ 교육에 열성을 쏟기 시작했다. 예컨대, 영국은 1880년 시행된 ‘교육법’에 따라 5∼10세 아동의 초등학교 교육을 의무화했다. 그렇지만 당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농장이나 공장 등에서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당시 영국인의 압도적 다수가 농민이었고, 의무교육 대상자인 아이들 역시 대부분 농장 일을 해야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무단결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영국 정부는 농번기에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농한기를 중심으로 학기를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아이들의 일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가을에 학기를 시작하여 다음 해 6월 정도에 학사일정을 마치고, 긴 여름방학을 갖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나라들과 미국, 캐나다 등 미주 국가들도 비슷한 시기에 가을 학기제에 바탕을 둔 의무교육제도를 시행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한편, 19세기 이후 일본은 서양의 법률과 사회제도를 수입하여 근대화를 추진하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에 이르는 학제나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교복까지 독일 등 서양의 것을 모방하였지만, 학기제만은 가을 학기제가 아니라 봄 학기제로 바꾸어 시행하였다. 관료가 중심이 되어 매년 3월 31일에 결산을 완료하고, 4월 1일부터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국가결산제도에 맞춰 학기제를 도입하여 행정 효율성을 추구한 것이다. 4월부터 학기를 시작하여 3학기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학기제를 국가회계연도에 맞추었다.

한국의 학기제는 20세기 대한민국의 굴절된 역사를 반영한다. 구한말 학제는 ‘7월 시작 2학기제’였으나, 일제강점기에는 ‘4월 시작 3학기제’로 바뀌었고, 미 군정기에는 ‘9월 시작 2학기제’가 도입되었다. 주체적 발전이 좌절된 이후, 외세의 제도가 이식되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인 1949년 제정된 ‘교육법’은 일제강점기와 같은 ‘4월 시작 2학기제’를 포함하고 있었고, 그것은 1950년부터 시행되었다. 전 지구적 표준에서 벗어난 학기제를 ‘경로 의존성’ 때문에 다시 받아들인 것이다.

1959년 초등학교 의무교육제도를 시행하였고, 1961년 ‘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하여 1962년부터 ‘3월 시작 2학기제’를 시행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7∼8월 혹서기와 12∼1월 혹한기를 피하여 학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했고, 1970년대 석유위기 이후에는 ‘짧은 여름방학, 긴 겨울방학’ 제도를 도입하여, 난방비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한국의 학기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정부회계연도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고, 학년도는 3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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