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 부장의 조카 김성신씨가 27일 ‘10·26 사건’의 군사재판 당시 “동생들의 안전과 변호인들의 변호에 대해 (김재규가) 거래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전날 서울고법에 ‘10·26 사건’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판 당시 김재규가) ‘나는 변호인들의 변호를 받지 않고 내가 변호를 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한 그 배경에 지금까지도 (당시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가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그때 김재규의 남동생이 당시 같이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그 (조사관) 측에서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서 ‘(김재규가) 변호사들을 물리기로 했다’라는 이야기를 그때 둘째 외삼촌이 온 가족들을 모으고 회의를 했다. 그 기억을 부모님이 갖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 거래를 하셨던 것 같다”며 “동생 분들의 안전이라든지 이런 부분들하고 본인이 직접 변호사들의 변호를 받는 이 부분하고 맞바꾸신 것이 아닌가(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유족들이 ‘10·26 사건’ 이후 사회적인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 같은 경우 공무원이셨기 때문에 80년대 퇴직을 하실 수밖에 없었고, 넷째 이모부 같은 경우 군인이어서 예편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떻게 보면 사회적 따돌림, 이런 거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삼촌 김재규에 대해 “굉장히 인간적으로 자상한 분이었다”며 “가족들의 존경도 늘 받으셨던 그런 분이었고 부모님께서도 다 그렇게 기억을 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유족과 김재규 재심 변호인단은 전날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사건’에 대한 재심을 40년만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1심 재판 전 과정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재심의 계기가 됐다. 변호인단은 “녹취록을 통해 당시 보안사령부가 쪽지 재판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 공판 조서에 피고인들이 발언한 내용 또는 진행된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지 않은 사실 등을 밝혀냈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공개된 128분 분량의 녹음 테이프에서 김재규는 암살 당시 상황에 대해 “1차에 몇 번도 안 걸렸다. 탕탕 이러니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저는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그렇게 하고 실장을 툭 차면서 ‘각하, 똑바로 모시오’ 하고 이러고 권총을 뽑았다. 이 얘기를 끝마치지도 못하고 이 버러지 같은 하면서 첫 발이 나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공판조서의 범죄사실에는 이같은 내용이 삭제됐고 유신 체제에 대한 김재규의 발언을 재판부가 막은 정황도 포착됐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당시 김재규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적어도 법적으로 (혐의가 적용된) ‘내란목적’ 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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