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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시작한 재택근무…직장인 '뉴노멀' 자리 잡나

입력 : 2020-05-23 14:00:00 수정 : 2020-05-23 12: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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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기업들이 하나둘 재택근무를 실시하면서 향후 상시적인 비대면 업무로 확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엔데믹(endemic·주기적 발병)까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업무 생산성, 직원 만족도 등 재택근무에 대한 장점이 점차 주목받기 시작한 데 따른 현상이다. 특히 온라인 업무에 익숙한 IT(정보기술) 업계를 중심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겠다는 발표가 잇따르며 업무 형태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 해외 IT 기업들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 확대 하겠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과 주간 회상 회의에서 “5~10년 내 전 직원의 절반이 원격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를 계기로 회사 운영 방식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에는 기존 직원 중 업무성과 평가가 높은 고위급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적용하고 시간이 흐른 뒤 엔지니어 이외 직군까지 재택근무를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페이스북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재택근무에 대한 인기는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저커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더 많은 원격근무에 대해 생각해왔다”며 “일상적인 업무의 생산성을 놓고 보면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잭 도시 트위터 CEO도 지난 13일 새벽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며 전 세계 직원들이 선택에 따라 무기한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는 “오는 9월 이전에 사무실을 열지 않고 출장도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사람들이 모이는 대면행사의 경우 2020년 연말까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트위터는 "9월 이전에 사무실을 열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많은 직원들이 원하면 재택근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 샌프란시스코=AFP연합뉴스

트위터 측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탈집중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 세계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난 몇 달 동안 경험을 통해 그것이 가능함을 확인했고 이제 원하는 직원은 앞으로 계속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한 외신 인터뷰에서 “연말쯤이면 사무실이 정원의 20∼30% 정도 채워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여전히 우리 직원들의 60%를 일주일에 한 번은 사무실에 오게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연말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일부 사업부서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영구적인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포스트 코로나시대, 재택근무 고민하는 국내기업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재택근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재택근무가 향후 근무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상시적인 재택근무 시스템 도입을 논의하고 나선 상태다.

 

NHN은 매주 수요일 임직원이 회사 밖 원하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수요 오피스’ 제도를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실시된 재택근무에 대해 직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NHN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체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8%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이중 27%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집중력과 업무속도가 늘었다고 답했다. 업체 측은 수요일 재택근무제에 대해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NHN에 가장 잘 맞는 근무 방식이 무엇인지 찾기 위한 시도”라고 전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코로나19에 따른 근무환경 변화에 따라 직원들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정례화 등의 검토를 지시했다. 신 회장은 “비대면 회의나 보고가 생각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근무 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업종별, 업무별로 이러한 근무 환경에서 어떻게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시내의 한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콜센터 업계에는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최근 콜센터 직원에 대한 상시 재택근무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의 콜센터 업무는 개인정보보호와 보안 등의 문제로 사내에서만 이뤄졌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며 정보, 보안 문제를 보완하는 대안들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KT 등 일부 기업 콜센터들도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집에서도 상담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홈오피스(home+office) 관련 제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웹캠, 캠코더, 마이크, 노트북, 태블릿PC 등 매출이 각각 2987%, 796%, 68%, 44%, 40% 증가했다. 업체 측은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 등 확산에 따른 매출 증가라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안 등 기업 재택근무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스마트 오피스 솔루션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신속한 대처 어려워”, “소통의 어려움”, “업무 부담” 등 재택근무 단점 꼽혀

 

하지만 재택근무 확산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이어진 재택근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2월부터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IT업계 종사자는 “예전에는 회사를 마치면 업무가 끝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니 컴퓨터 앞에 계속 앉아있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재택근무에 따른 출퇴근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업무가 자유로운 편인데 이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이나 업무이행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것도 단점”이라고 꼽았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직원도 “재택근무에 따라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 업무 분담이나 회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885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단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5.0%(중복응답가능)가 ‘돌발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부서원들의 논의가 필요한 일에 대한 회의 운영이 불편했다’(41.6%), △‘메일/메신저 등 텍스트 기반 소통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36.1%), △‘회사에 출근해서 일할 때보다 업무에 대한 부담이 더 높아졌다’(22.5%),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졌다(16.5%) 순으로 단점을 꼽았다.

 

하이테크 산업의 원동력에 대해 연구해온 제이슨 오언-스미스 미국 미시간주립대 사회학 교수는 “연구 결과 직원들이 한 사무실을 쓰지 않는 것에 단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짧지만 우연한 대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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