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의 주택가에서 1억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량이 항아리로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벤틀리’, ‘포르쉐’ 차량 파손 사건에 이어 또다시 외제차 파손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오전 7시쯤 논현동 다세대주택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마세라티 차량이 심하게 파손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은 앞 유리가 뚫릴 정도로 심하게 파손되었고 파손 부위 주변으로는 깨진 항아리 조각이 널브러져 있었다. 차량 측면과 주차장 바닥에서는 가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핏자국이 발견됐다. 보닛 위에서는 가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 자국도 발견됐다.

피해 차량은 해당 다세대주택에 거주 중인 A(28)씨의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차종은 ‘마세라티 기블리’ 2017년식 디젤 모델로 1억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다. 배기량 3000㏄ 차량으로 최대시속 250㎞에 달하는 고성능 차량이다.
감식 결과 해당 차량을 파손하는 데 사용된 항아리는 주차장 옆 장독대에 있던 항아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여개의 항아리가 나란히 놓인 주차장 옆 장독대에는 범행에 이용된 항아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자리만 비어 있다.
경찰은 A씨가 “사건이 일어나기 몇 시간 전인 17일 0시쯤 과거 같이 일한 적 있는 지인 B씨가 전화해 빌린 적도 없는 돈을 갚으라며 위협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B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주차장에 CCTV가 없어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A씨의 진술에 따라 지인인 B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최근 유사한 고급 외제차 파손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경기도 수원의 번화가에서 술에 취한 25세 남성이 ‘벤틀리’ 차량에 발길질을 하고 문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차량 소유주의 목을 조르고 폭행하기도 해 수원남부경찰서에 폭행 및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달 23일에는 서울 강남역에서 ‘포르쉐’ 차량이 파손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 남성은 술에 취한 채 포르쉐 승용차 보닛 위에 올라타 밟는 등 차량을 훼손하고 피해 차주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고급 외제차 파손 사건이 줄을 잇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부유한 이들에 대한 분노가 소유물 파손 행위로 드러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잘사는 사람에 대한 분노나 사회 전반에 대한 분노, 억울함 등 피해의식이 불특정 대상의 소유물에게 가는 것”이라며 “특정 대상을 상대로 할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폭력을 가할 수 없으니, 자신의 분노감을 물건을 상대로 폭발시키는 것이다. 특히 고가일 경우 ‘분노 정화효과’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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