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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윤미향씨, 내 기부금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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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15 22:11:04 수정 : 2020-05-15 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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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2013년 11월 19일 서울 종로구 맥줏집 옥토버훼스트에서 열린 한 시민단체 후원행사에 참석했었다. 맥줏집은 참석자들로 붐볐고 경품행사도 진행됐다. 운 좋게 경품에 당첨됐다. 꽤 괜찮은 등받이 좌식의자를 얼결에 받은 그날 이후 이번 달까지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정기후원을 했다. 피해자를 위해 한 것도 없는데 경품을 받은 게 미안해서였다. 미안함은 피해자를 향한 것이었고 8년째 기부를 해온 이유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위한 기부가 아니었다.

1990년 발족한 정대협과 2015년 설립된 정의기억재단이 통합해 2018년 출범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이 터져 나오기 전 여러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접했을 때 설마 했다. 사실이 아닐 것이라 믿었다. 이들 단체가 2015년 이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모두 내려받아 살펴봤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부금 가운데 얼마나 돌아갔는지 궁금해서였다. 2016년 기억재단의 기부금 수입은 12억8806만105원인데 이 중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지원사업’ 수혜자는 30명, 액수는 고작 270만원이었다. 할머니 한 분당 9만원씩 돌아간 셈이다. 정의연의 2018년 기부금 수입 약 12억원 가운데 할머니들(27명)에게 이뤄진 현금성 지원은 2320만7755원으로 한 분당 약 86만원꼴이다.

김민서 국제부 기자

이들 단체의 기부금 수입·지출 내역서엔 연도 불문하고 모금·기림·홍보사업 등 각종 사업 명목 수혜자 인원이 99 또는 999라는 반복적 숫자가 등장한다. 단순 실수라기보다 그냥 대충 입력한 숫자로 보인다. 기억재단이 2017년 월별로 신고한 피해자지원사업 수혜자를 모두 더하면 89명인데 총 수혜 인원은 45명으로 기재되어 있다. 초등학생이 쓴 용돈기입장만도 못한 엉터리 회계다. 이런 게 관행이라 주장하는 건 억지다.

정대협 관계자는 후원금은 피해자 생활지원에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몰랐다.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한 끼라도 맛있는 음식 드시고 좋은 구경 한 번이라도 더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기부였다. 단체의 활동 취지도 모르고 후원했느냐고 따진다면 할 말 없으니 개인계좌로 돌아가신 할머니 조의금을 받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그간 낸 기자의 기부금을 돌려주기 바란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기부금의 이런 활용 방식을 원했을까. 이용수 할머니는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살아 있을 때 해주는 게 인간이지, 죽었을 때 뭘 해줘”라며 “제가 호텔에서 생일(잔치를) 했는데 그때 모인 축하금을 정신대와 함께하는 할머니 시민모임의 역사관 관장·사무국장·대표라는 사람이 동티모르에 1000만원 갖다 준답니다. 할머니한테 써야지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 각지에 설립된 소녀상이 무려 약 130개다. 언론에 보도된 소녀상 건립 모금 비용이 개당 5000만∼7000만원이었으니 총 90억원대 규모의 사업인 셈이다. 가격은 소녀상 조각가 부부가 책정했고, 동상 설립 비용은 국민 모금으로 충당됐다. 소녀상 판매수익은 얼마이며 어디에, 어떻게 쓰였을까. 소녀상 조각가 부부는 수요집회 25주년을 맞이한 2017년엔 아프리카 차드 공화국에서 위안부 피해자 기림 주화도 발행해 8만9700원의 값을 매겨 국민 공모 방식으로 판매했다. 당시 판매수익의 70%는 기부를 약속했는데 할머니들에게 돌아간 금액은 얼마나 될까.

김민서 국제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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