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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07년 삼성비자금 특검 때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3년 만에 복귀하면서 “삼성도 잘못하면 망한다”며 했던 말이다. 선대회장의 위기론은 삼성의 혁신 DNA를 깨우는 각성제로 작용했고 이후 삼성은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기도 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 ‘진짜 위기’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의 반도체 사업매출은 444억달러로 인텔(512억달러)과 엔비디아(492억달러)에 밀려 1년 전 세계 1위에서 3위로 추락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19.4%로 13년 만에 경쟁사인 애플(20.1%)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은 지난 31년간 세계 1위를 고수해온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수모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도 모자라 1년이 넘도록 AI반도체 최강자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삼성의 최신 HBM이 발열과 전력소비 등의 문제로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삼성의 최종병기라 불리는 ‘초격차 기술’이 망가진 셈이다. 삼성은 즉각 “HBM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가는 3% 이상 급락해 시장의 신뢰마저 상처가 났다. 2년 전에는 엔비디아가 HBM 생산을 요청했지만 “시장 규모가 작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경영진의 오만과 위기불감증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 와중에 삼성 노조는 24일 강남 한복판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함께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유명가수와 개그맨 등 연예인을 불러 ‘대학축제’를 연상케 하는 공연도 했다. 삼성이 지난해 반도체(DS)부문에서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자 노조가 이에 불만을 품고 단체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이런 적자라면 다른 기업은 대량감원을 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이 선대회장의 섬뜩한 경고가 조만간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닌지 걱정이 크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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