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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영업 재개 성급했다… 방역당국, 위험도 따라 단계적 재개 검토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5-14 17:36:32 수정 : 2020-05-14 18: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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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위험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영 재개했어야 한다고 비판… "지나친 게 모자란 것보다 낫다"

서울 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연일 발생하면서 전부터 밀폐된 공간에서 감염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된 클럽까지 일괄적으로 영업을 재개한 데 비판이 제기됐다. 방역당국은 추후 영업 재개는 단계적으로 진행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곳 중 하나인 이태원의 클럽. 뉴스1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시설별 위험도 평가를 통해 단계별로 운영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할지 묻는 질문에 “아마 이것과 관련해 전문가의 의견을 좀 하고(받고) 있고 다음주 중에 생활방역위원회 등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확인한 클럽 관련 확진환자는 총 133명이다. 이중 클럽을 방문한 사람은 82명, 접촉자는 51명이다. 처음에 이태원발 집단감염의 시작점으로 여겨진 용인 6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5개 클럽 외에도 11개 클럽에서 추가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신촌과 홍대 등 대학가 주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의 감염 확산 우려는 커졌다.

 

전문가들은 시설이나 장소별 감염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하도록 안내하지 않은 데 아쉬움을 표했다. 전부터 클럽 등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 밀집하는 것을 주의해 왔으면서도 고위험 다중이용시설까지 한꺼번에 운영을 허용한 정부의 결정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역학회 회장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는 “클럽 같은 유흥시설은 밀집된 환경이고 환기도 안 돼 고위험 시설로 생각할 수 있는 데다 부산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던 만큼 사실 가장 늦게 풀었어야 하는 곳인데 방역당국이 놓친 것 같다”며 “한군데 문제가 생겼다면 조사를 통해 대응과 대비가 진행돼야 하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된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꼬집었다. 

14일 서울 마포구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홍대 인근 클럽 앞에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1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며 서울시 내 모든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시설이라고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운영 재개시) 기본적으로는 휴양림 같은 야외시설부터 먼저 하고 극장과 운동경기는 그 다음, 실내 체육시설은 나중에 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돼 있다”며 “지나친 게 모자란 것보다 낫다는 방역의 기본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대본이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선언하며 공개한 세부지침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중대본 지침에 따르면 유흥시설에서 다른 사람과는 1∼2m 이상 거리를 두고 노래 부르기나 소리 지르기, 신체접촉은 자제하라고 안내했다. 시설 책임자는 창문을 열어두거나 매일 2회 이상 환기를 하고, 탁자는 간격을 띄우고 대규모 행사는 자제하라고 권장한다. 

 

김 교수는 “이런 지침을 만들어 발표할 땐 이를 마련한 담당 부처에서 미리 업계 관계자와 만나 지킬 수 있는지 없는지 묻고 충분히 숙지시킨 뒤 관리·감독까지 했어야 한다”며 “정부가 지침을 만들 때 위험성이나 단계적 접근, 현장 실행 가능성까지 다 감안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단계적 접근을 강조하며 “세계 어느 나라를 보든 운영을 재개할 땐 3단계나 5단계까지 나눠 위험도가 낮은 곳부터 푼다”면서 “유흥시설처럼 위험도가 높은 데는 강화하는 지침으로 가고 야외처럼 위험도가 낮은 곳은 느슨하게 하는 등 분야별로 위험도를 고려해 (운영 제한 등의) 가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전문가의 지적에 ‘100% 동의한다’며 다음주 생활방역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에 유흥시설 관련해서 많은 지적을 주셨는데 위험도에 따른, 조금 더 차등화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저희도 100% 동의하고 있다”며 “학원의 위험이 다르고 학교의 위험이 다르고 또 유흥시설의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체계적인 접근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저희가 계속 노력해서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연합뉴스

방대본은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클럽을 방문한 날짜가 주로 지난 4~5일에 집중됐다고 파악했다. 4월 말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중간이자 정부가 완화한 형태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막바지다. 그러나 정부는 이 기간(4월20일~5월5일)부터 유흥시설에 대해 종교시설·생활체육시설·학원 등과 함께 행정명령 권고 수준을 ‘운영 중단’에서 ‘운영 자제’로 하향 조정하고,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운영하는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방역당국은 이후 용인 66번째 확진자가 발생하고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난 8일 유흥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등 각종 유흥시설에 대한 ‘운영 자제’ 권고 행정명령을 다음달 7일까지 한 달간 다시 발령했다. 이어 서울, 경기 등 15개 시·도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통해 사실상 유흥시설 운영을 막기로 결정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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