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선인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최 당선인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에 따른 정치검찰의 불법적이고 정치적인 기소”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최 당선인은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21대 총선 당선인 신분으로 재판에 출석한 사람은 최 당선인이 최초다. 최 당선인과 함께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과 함께였다. 최 당선인은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분여간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을 ‘정치검사’로 칭하면서 강하게 공격했다. 최 당선인은 “언론을 조종하거나 결탁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무고한 피고인을 양산하는 검찰 행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유감”이라며 “정작 법정에 서야 할 사람들은 한 줌도 안 되는 검찰 정치를 행하고 있는 검사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검찰 기소에 대해 “이미 시민들의 심판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당선인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 전 장관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조 전 장관과 함께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서류는 조씨의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활용됐다. 최 당선인은 2018년부터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3월 사퇴한 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총선에 나서 당선됐다.

최 당선인은 조 전 장관 아들이 자신의 법무법인에서 인턴으로 일해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공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 당선인 변호인은 “조씨는 실제로 16시간 정도 주말이나 일과 후 사무실에 방문해 문서 편집, 기록 정리, 사건기록 열람 등의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 전 장관 아들이 지원하려는 학교나 학과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만한 활동이 아니었으며 최 당선인은 조 전 장관 아들이 지원하려는 학교가 어딘지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소가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부탁해 최 당선인이 허위로 인턴 확인서를 발급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아들이 법무법인 청맥에서 문서정리 및 영문 번역을 한 적이 없음에도 이를 확인하는 내용에 최 당선인이 인장을 날인해 발급했다”며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아들이) 합격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는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의혹 수사의 최종 실무 책임자였던 고형곤 부장검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6월2일에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증거 조사를 하기로 했다.
최 당선인이 시작부터 강하게 검찰과 각을 세움에 따라 이후 재판과정에서의 공방은 불꽃 튀길 것으로 전망된다. 최 당선인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방해 행사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직권남용을 한 것은 사실이니 고발해야죠”라며 “적절한 시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최 당선인의 공격에 공식적인 반응을 내지는 않았다. 내부에서는 최 당선인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있다. 한 검사는 “정치인이 스스로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강한 어휘를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하자는 분위기”라며 “재판에서 잘잘못이 명명백백히 밝혀진 뒤 검찰을 비판했어도 늦지 않을 텐데 다소 성급한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도형·정필재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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