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강간 상황극’을 벌인 두 남성이 기소됐다. 이들 중 한 남성은 여성인 척 연기한 남성의 거짓말에 속아 실제 성범죄를 저질렀다. 최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사회적 공분이 큰 가운데 ‘강간 상황극’도 모자라 실제 성범죄까지 저지른 남성들이 나와 여론의 분노를 사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여름 세종시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남성 A씨는 불특정 다수와 무작위로 연결되는 채팅 앱에서 ‘35세 여성’으로 거짓 프로필을 만든 뒤 “강간 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할 남성을 찾는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
A씨는 “강간당하고 싶다”는 글에 남성 B씨가 관심을 보이자 가짜 주소를 알려주며 자신이 그곳에 사는 것처럼 속였다.
이 말에 흥분한 B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해당 주소를 찾아가 집에 강제로 침입해 안에 있던 여성을 성폭행했다.
하지만 피해 여성은 A씨나 B씨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랜덤 채팅도 이용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두 사람을 차례로 붙잡았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강간 교사 등 혐의로, B씨를 같은 법상 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허탕을 치게 해 (B씨를) 골탕 먹이려 했을 뿐 실제 성폭행 사건으로 이어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B씨는 “장난 여부를 물었는데, A씨가 계속 믿게 했다”며 “속아서 이용당했을 뿐 누군가를 성폭행할 의도는 없었다”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세계일보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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