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행정부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 성공을 자신할 수 없게 된 초조함이 묻어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무능한(incompetent)’, ‘삼류정치인(third-rate politician)’ 같은 신랄한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발단은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한 것에서 비롯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물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전격 선언한 것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허약한 인간’, ‘형편없는 지도자’ 등으로 불렀다.
이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얼마 전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이나타운으로 놀러 오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트윗했다. 이어 “미친 낸시 펠로시는 트위터 계정에서 이 영상을 삭제했다”며 “펠로시는 내가 중국에 대한 국경을 폐쇄한 한참 지난 시점에도 모든 이들이 차이나타운으로 오길 원했다”고 꼬집었다.

미 행정부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집단으로 발병한 직후 중국발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전격 금지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사실상 중국인을 상대로 미국 국경을 봉쇄한 이 조치를 자신의 최대 업적인 양 홍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차이나타운 방문을 권유한) 펠로시의 발언에 근거한다면 그는 많은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펠로시는 무능한 삼류정치인”이라고 내뱉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한 책임을 펠로시 의장에게 떠넘긴 셈이다.
WHO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진상조사 기간 동안 WHO에 대한 미국의 분담금 지원을 중단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갈수록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2018∼2019년 WHO의 예산 구조를 보면 미국은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돈을 WHO에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란 미증유의 사태 와중에 그 최전선에 있는 WHO가 직원들 월급 주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오랜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미 행정부의 국제기구 분담금을 삭감할 권한이 없다”며 “그런 위법적 조치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핀란드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지금은 비상시국인 만큼 WHO에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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