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돈을 들이기가 꺼려진다면 트럼프 카드 한 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마이티’ 같은 게임도 있다. 1970∼80년대 대학가 하숙방에서 크게 유행한 마이티는 나름 유서가 깊다. ‘서울대학교 60년사(2015)’를 보면 “1971년 정부가 학생회와 학생활동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자 학생들 사이에 패배주의적 경향이 나타났고 ‘마이티’와 같은 현실도피적 카드 놀이가 등장했다”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마이티는 4∼6인 참가자가 라운드마다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선공부터 순서대로 들고 있는 카드 중 하나를 내려놓고 그중 가장 높은 카드를 낸 사람이 해당 카드들, 즉 ‘트릭’을 가져가는 ‘트릭 테이킹’ 게임이다. 선공이 스페이드 무늬를 내면 뒷사람들은 무조건 스페이드를 내야 하며, 스페이드가 없는 경우에만 다른 무늬를 낼 수 있다.
여당(주공과 주공이 지목한 카드를 가지고 있는 프렌드)의 주공은 점수 카드(10, J, Q, K, A) 20장 중 게임이 끝날 때까지 몇장을 먹을지 ‘공약’을 내걸고 그 이상 득점한 경우 프렌드와 함께 승리한다. 반대로 야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하면 된다. 예컨대 여당이 ‘13’을 공약하고 득점카드 15장을 가져왔다면 여당의 승리, 반대로 야당이 8장 이상을 획득하면 야당 승리다.
‘기루다’ 개념도 알아야 한다. 기루다는 쉽게 말해 ‘가장 강력한 무늬’를 말한다. 주공은 공약과 함께 네 가지 무늬 중 하나를 기루다로 정하는데, 가령 기루다가 스페이드라면, 스페이드2가 하트A, 클로버K보다 높은 카드가 된다. 기루다 무늬끼리 붙으면 더 높은 숫자 카드를 낸 사람이 트릭을 가져간다.
특수카드는 3장이다. 기루다 무늬와 상관없이 아무 때나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마이티’(스페이드A)와 마이티 다음으로 강력하고 선공이 냈을 때 특정 무늬를 불러낼 수 있는 ‘조커’, 그리고 선공일 때 내면 조커를 무효화시키는 ‘조커콜’(클로버3)이 있다. 다만 스페이드가 기루다일 땐 다이아몬드A가 마이티, 클로버가 기루다일 땐 스페이드3가 조커콜이 된다. 동네마다 점수 계산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전 합의가 필요하며, 이밖에 자세한 규칙은 검색엔진에 ‘마이티 카드 게임 룰’이라 쳐보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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