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절에 흔히 들었던 3대 거짓말이 있다. 첫째,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노인의 말, 둘째, 밑지고 판다는 상인의 말, 세째, 시집 안 간다는 노처녀의 말이다. 요즘 시집 안 가는 노처녀들이 즐비한 세상이고 보면 3대 거짓말도 이제 바뀌어 할 듯싶다.
새로 바뀌는 3대 거짓말의 목록에 꼭 추가하고 싶은 게 있다. 나이가 들면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진다는 말이다. 나이를 좀 먹다 보니 이 말이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 수 있더라.
봄꽃과 여름의 신록에 무감각한 노인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이와 상관없는 일이다. 눈앞의 하얀 목련을 무심히 지나치는 젊은이들도 얼마나 많은가. 계절의 변화에 무덤덤한 것은 마음의 감각이 무뎌진 탓이다. 나이가 적든 많든 물질만 좇아가고 마음을 좇지 못하면 누구나 봄꽃에 청맹과니가 된다.
한 살 나이를 더 먹으면 새봄을 맞을 기회는 한 번 줄어든다. 여름 가을 겨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땅 아래 새싹이 예전 같지 않고 진달래꽃도 작년보다 더 붉게 느껴진다. 나무 위에서 목청을 뽐내는 여름철 매미소리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직 무뎌지지 않은 감각이 고마울 뿐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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