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이 증가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의 자가격리 권고를 어긴 일탈 행위로 피해를 준 해외발 입국자에 대한 대응도 강경해지고 있다.
◆ 원희룡, 유학생 모녀 제주도여행에 “이르면 오늘 소장 접수”
제주도는 코로나19 의심 증세에도 제주 여행을 강행한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해 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송은)진짜로 한다. 빠르면 오늘 소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1억원의 손배소 액수에 대해서는 “최소한으로 잡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 방역이나 행정력이 낭비된 것은 둘째 치고, (모녀의)방문 업소가 다 폐업하고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졸지에 자가격리를 당한 분만 해도 40명이 넘어가는데 이분들 손해를 다 합치면 1억원은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피해 액수만 1억원이 훨씬 넘는다”며 향후 청구액이 1억원을 넘을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미국 유학생 A(19세, 강남구 21번 확진자)씨와 A씨의 어머니(52세, 강남구 26번 확진자)는 다른 동행자 2명과 함께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4박5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모녀는 서울로 돌아가 다음날인 2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모녀가 제주도에서 이용한 렌터카, 리조트, 마트, 음식점 등 28곳은 방역 조치와 함께 임시 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코로나19 위험지역인 미국에서 온 김씨가 자가격리 권고를 어기고 제주도 여행에 나선 것을 두고 비난이 들끓었고, ‘선의의 피해자’라며 모녀를 옹호한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자가격리 위반’ 영국인 강제추방 검토…손해배상·치료비 청구도
정부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도 외부활동을 하는 등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30대 영국인 A씨(수원 27번 확진자)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A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 강제추방을 검토 중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30일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A씨가 소환 가능한 상태가 되면 직접 조사를 해서 위반사유 등을 직접 듣고 강제추방이나 입국금지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만약 자가격리 위반사실이 불법행위에 해당해 추가적인 방역과 감염확산 등에 따른 국가손실 유발이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과 치료비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수원 출입국청은 지난 28일 오후 수원시 재난대책본부에 A씨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강제추방 여부를 검토했으며, 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인 A씨가 호전되는 대로 소환할 방침이다. 출입국관리법에는 공공의 안전에 위해가 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 강제퇴거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A씨의 동선을 공개하며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국을 다녀온 후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었던 영국인 A씨(수원 27번 확진자)는 지난 20일 입국해 24일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닷새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수원, 용인, 과천, 서울 등 4개 도시 활보했고, 이 과정에서 총 23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체 검사를 받고 나서도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다중이 이용하는 실내체육시설을 이용하면서 수원에서만 총 6명의 접촉자가 발생했다. 이들을 비롯한 접촉자 23명은 자가격리된 상태다.
이 남성의 동선이 공개되자 수원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증상 발현이 있는데도 마스크도 쓰지 않고 동네를 다닌 것이 괘씸하고 화가 난다”며 “제주도의 경우 제주여행 미국 유학생 모녀에게 1억 소송을 한다는데 수원시도 외국인이라고 봐주지 말자”는 글이 올라오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태국 다녀온 남성, 검사받은 뒤 다중시설 들러
전남 목포에서도 태국에서 2달여 머문 뒤 귀국한 20대 남성 B씨(전남 9번 확진자)가 코로나19 검진을 받은 뒤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대형마트, PC방 등을 들른 사실이 지난 28일 드러났다. B씨는 26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광주에 도착한 27일 고속버스와 택시를 타고 목포 집에 도착했다.

집에만 머물던 B씨는 이날 오후 보건소에서 검체를 채취했으나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이후 B씨는 식당, 대평마트, 편의점 PC방 등을 잇달아 들른 뒤 귀가했고, 이날 오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목포시는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됐음에도 지키지 않았다”며 “법률 검토를 통해 고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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