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의도적 행동 부정 “허위 사실은 법적대응”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용어 사용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유튜브 채널 ‘워크맨’ 사건에 고동완 PD가 직접 해명했다.
고 PD는 “심려를 끼쳐드린점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사과로 시작하는 입장문을 17일 발표했다. 또 “악의적 허위사실과 비방이 계속되고 있어 진실을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입장문 발표 배경을 밝혔다.
고 PD는 “SBS 런닝맨 제작시 자막이나 이미지 관련 업무를 한 일이 없다”며 “당시 사고를 모두 저와 연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일베 고려대’ 로고는 다른 PD가 담당했던 일이고, ‘개운지’ 표현은 퇴사 이후의 일이며, 자신이 런닝맨을 하차한 것은 ‘일베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워크맨 영상에 삽입된 자막에 대해서는 “비하 의도로 사용한 일이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극우 사이트를 비롯 어떠한 커뮤니티 활동도 한 일이 없다”며 정치적 연관성도 부인했다.
11일 공개된 영상 ‘부업 1편’에 삽입된 ‘18개 노무(勞務) 시작’ 자막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한 해명을 했다.
고 PD는 “13200원을 받아야 하는데 사장이 잔돈이 없어 15000원을 맞추기 위해 18개를 추가하게 된 상황”이었다며 ‘18’이 의도적으로 기획된 숫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 “갑자기 추가 잔업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욕 나오는 상황’을 표현하려 언어유희를 사용하는 자막으로 ‘18(욕) 개놈의 (잔업) 시작’이란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직접적 욕설 노출이란 문제 탓에 한자를 병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편에도 ‘개노무스키’ 자막을 종종 사용했고, 이 연장선에서 ‘개노무’를 넣어 ‘개놈의’로 해석되도록 유도한 것”이라며 “노무의 원 의미인 ‘일해서 임금을 번다’라는 말에 ‘18개 일하기 시작’으로 이해하도록 만든 자막”이라고 밝혔다.
그는 ‘업무 re 시작’이라는 평범한 단어를, 여러 PD들과 생각해 재미있는 표현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결과일 뿐”이라며 “그 중 누구도 이 표현이 특정 극우 사이트가 쓰는 비하 표현으로 오해될 것은 생각 못 했다”고 덧붙였다.
고 PD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처받은 많은 시청자께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사과로 글을 맺었다.
◆ 11일 공개 동영상 ‘부업’ 자막 논란에 제작진 세 번째 사과
‘워크맨’은 지난 11일 유튜브에 공개한 ‘부업’ 동영상에서 장성규와 김만아가 출연해 영화 ‘기생충’을 패러디한 피자박스 접기 일을 하며 ‘노무(勞務)’ 자막을 삽입해 ‘일베’ 논란이 일었다. ‘노무’는 일베 회원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는 단어다.
워크맨 제작진은 12일 “해당 단어가 정치적 의미로 쓰이는 줄 몰랐다”며 “불편을 느낀 분들께 사과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동영상 내 문제가 된 자막도 바꿨다.
대중의 냉담한 반응이 돌아서지 않자, 워크맨의 제작사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13일 “관련자를 징계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워크맨 제작을 담당해온 고동완 PD는 4월까지만 연출을 맡고 그만둔다고 밝혔다. 워크맨 측은 “이슈가 된 ‘일베 단어 파문’과는 상관없이 예정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고 PD가 과거 맡았던 SBS ‘런닝맨’이 수차례 일베 이미지 사용으로 문제가 됐다”며 고 PD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워크맨 역시 400만이 넘는 구독자 수가 단 5일 만에 381만 명으로 주저앉는 등 파문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고 PD는 “소나기는 피해간다”가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모양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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