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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칼럼] 정치과잉 시대와 ‘코로나 위협’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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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15 22:38:45 수정 : 2020-03-15 22: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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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 ‘위협’ 공감하는 순간 / 정치경제적 게임 시작은 불가피 / 총선 불과 한 달 남짓 앞둔 시간 / 모두의 노력 공정?정의로워야

우리는 무엇이 두렵고, 무엇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는가?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안보라고 얘기하고, 안보의 확보는 평화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여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현재 우리 국민 대다수는 코로나19를 국가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국가적으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며, 방역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치료약도 개발된다면, ‘코로나’라는 위협이 해소되어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위협, 안보, 평화의 3단계는 현실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를 이룬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국제정치학

정치 영역이 과학적 정교함의 강력한 영향력하에 있었던 냉전 시기, 서로에게 위협은 공산주의였고 자본주의였다. 이념대결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막아내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춘 국가에 안보가 튼튼하다는 지위를 부여했다. 적의 공격을 억지하고 관련한 안보 장치가 튼튼하면 평화롭다는 생각이 만연한 시대였다. 두려움을 주는 위협을 무엇으로 결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 없던 시절이었고, 위협-안보-평화의 연결고리를 관통하는 한가운데에는 ‘국가’와 ‘군사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부터 30년 전 냉전이 종식되었고, 그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위협은 전쟁 혹은 침략이라는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위협이 자의적으로 결정된다는 뜻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 거대한 글로벌마켓과 상호의존이 생겨나면서 각 국가와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위협은 서로 다르다. 브라질에 최대 위협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만 작년 한 해 동안 천 명이 넘은 범법자들의 사망을 야기한 범죄와의 전쟁이다. 세계 최대 마약생산국인 콜롬비아에 위협은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과 마약생산업자들의 횡포이다. 영국에 국가적 위협은 이민자들이 빼앗아 가는 일자리 실종이고 동시에 유럽통합 궤도에서 이탈한 브렉시트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지금 이 순간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이다. 마치 북핵이라는 핵심 위협을 잠시 제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대규모 집단의 감염 우려가 남아 있고, 치료약 개발과 백신 일반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 코로나19로 인한 ‘위협-안보-평화’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유럽에서는 이미 일상 과제가 된 ‘비전통적 안보’라는 매우 딱딱하고 건조한 표현을 우리는 이제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위협의 설정이 사회적 공감대를 전제로 하는 까닭에, ‘무엇이 위협인가’ 문제는 치열한 정치적 경쟁과 경제적 재분배 문제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1조여원의 추경예산 집행이 결정되었다. 2차 추경예산 필요성을 거론하는 여당에 국가재정 건전성을 언급한 경제부총리는 이해찬 대표로부터 탄핵감이라는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1% 경제성장률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추경 불가피성은 인정되지만, 이미 2000조원을 넘어선 나랏빚을 고려해서 균형감 있게 접근해야만 한다. 정부의 부정적인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개성공단에서 하루 100만장 이상의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다는 군불을 지피고 있다. 코로나라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지만, 혹시라도 ‘위협의 정치’를 활용한 전략적 계산이 앞서서는 안 될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총선을 불과 한 달 남짓 앞둔 정치과잉의 시간이다. 우리가 그 어떤 대상을 위협으로 공감하는 순간, 그 위협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게임의 시작은 불가피할 것이다. 비트겐슈타인 방식으로 옮겨 보자면, 특정 개념은 반드시 유의미한 사회적 기능과 결합되어 있고, 그 기능은 인간 삶의 방식과 상호작용한다. 코로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 막대한 땀과 노력, 돈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 삶과 맞닿아 있고, 이것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게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추경예산 집행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게임 위에서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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