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양에서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전모(33)씨는 11일 오랜만에 자가용 자동차로 출근했다. 지하철은 30분이면 넉넉하지만, 직접 운전하니 출퇴근 시간 혼잡 때문에 1시간이나 걸렸다. 그럼에도 전씨가 긴 통근시간을 감수한 이유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전씨는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며 “내가 탈 지하철을 구로 콜센터 확진자가 이용했다면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분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9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구로구 콜센터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수도권 시민들이 벌벌 떨고 있다. 구로 콜센터 감염은 수도권 내 첫 대규모 ‘직장 내 감염’으로 분류된다.
콜센터 직원들은 서울 각지와 인천, 경기 서남부 지역 등 폭넓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그간 집단감염이 지역 내에서 소규모로 발생한 것과 달리 수도권 전체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이 시민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도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연결고리가 분명치 않은 집단감염이 서울·경기에서 발생할 경우 제2의 신천지 같은 폭발적인 증폭집단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콜센터가 위치한 구로구 신도림동은 교통의 요지다. 지난해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의 하루 평균 수송인원은 약 9만명으로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288개역 중 여덟 번째로 많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옆 사람과 2m의 안전거리는커녕 다닥다닥 붙어서 가야 할 정도로 붐빈다. 1·2호선의 환승역인 데다 인천, 경기 서남부와 서울 사이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반드시 신도림역을 지나야 해 수도권 시민들의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인천 부평에서 신도림역 인근 대형마트로 출퇴근하는 김모(37)씨는 “코로나19에 대비해 평소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등 경계하긴 했지만,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만큼 피부에 그리 크게 와닿진 않았다”면서 “그런데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은 내 근무지 바로 근처라서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이젠 정말 내 일상 자체가 위험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에서 구로역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최모(29)씨도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그간은 주 5일 중 3일 정도는 점심식사를 밖에 나가 해결했는데, 오늘은 도시락으로 대체했다”며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여파가 가라앉을 때까진 도시락을 싸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로 콜센터 확진자들의 이동경로가 광범위한 데다 노출기간도 길어 수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확산 향방을 가를 포인트 중 하나가 대구·경북 이외 지역의 감염 속도였다”며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은 연결고리가 분명치 않고 이동경로가 폭넓어 또 다른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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