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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기술유용 분쟁 늘 것” vs 中企 “기술탈취 방지에 필수”

입력 : 2020-03-14 20:00:00 수정 : 2020-03-14 10: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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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력법 개정안 줄다리기 격화 / 기술유용 정의·입증 책임 최대 쟁점 / 재계 “위탁기업에 책임 전가 불공정 / 분쟁 늘어 중기 사업기회 되레 줄 것” / 中企 “5년간 피해액만 5400억 달해 / 입증 책임 서로 분담하는 것이 골자 / 해외로 거래처 변경 주장 지나친 비약”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두고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재계와 중소기업계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재계 대변 단체들이 토론회 등을 통해 상생협력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쟁점은 수탁·위탁기업 간 기술 유용 입증책임 소재, 기술 유용 행위의 정의, 중소벤처기업부의 처벌 권한 강화 등이다. 재계는 개정안의 이 같은 부분이 ‘독소조항’이란 입장이다. 기술이 유용되지 않았다는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이 지라는 데 특히 반발한다. 또 상생협력법이 개정되면 대기업들이 거래처를 오히려 해외 업체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국내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계는 기술 유용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분담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불공정 거래와 기술 탈취 행위가 끊이지 않는 만큼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무죄를 증명하라는 것” 분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연합회 등 재계는 지난달 토론회를 열고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혁신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출현하면 기업들은 자유롭게 그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라며 “개정안은 기술 유용 분쟁 우려 때문에 이러한 혁신기업과의 거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4차 산업혁명을 저해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입증책임 이슈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수탁기업(보통 중소기업)이 기술 유용 피해 관련 사실을 입증했을 경우 위탁기업(보통 대기업)은 해당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는 “기술 유용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입증책임의 일반 법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술자료 개념이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증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경우 특정 대상에 대한 마녀사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범죄행위는 국가기관이 입증하도록 돼 있는 것”이라며 “이를 위배할 경우 위헌 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상생협력법이 개정되면 국내 대기업의 기술 유용 분쟁이 잦아질 것이라며 해외 업체를 탈출구로 찾다보면 국내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가 박탈될 것이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경제학)는 토론에서 “개정안은 ‘강자 대 약자’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적용된 것”이라며 “법안 시행 시 위탁기업 자체생산 확대 등으로 수탁기업의 사업 기회가 박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기부 권한이 강화된다는 점 역시 재계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기부 직접처벌 강화, 조사시효 부재 등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제한이 될 것”이라며 “과잉규제를 자제해야 일자리 확대와 기업 활력 제고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 “대기업 기술침해 심각, 이대로 안 돼”

중소기업계와 벤처·스타트업계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상생협력법 국회 통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논란의 쟁점인 입증책임에 대해 중소기업이 먼저 피해를 입증한 뒤 대기업이 입증하는 식으로 책임을 분담하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중기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노비즈협회 등 9개 중소기업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년간 기술 유출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이 246개에 이르고 피해 규모만 5400억원에 달한다”며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마음 놓고 기술 개발과 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주장했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에는 기술 유용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규제대상을 명확히 하고, 기술 유용 입증책임을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분담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수탁기업)이 우선 일부 사항을 입증하면 위탁기업이 기술 유용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만큼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분담하는 것”이라며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당연히 추진해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재계에서 우려하는 ‘국내 대기업이 해외 업체로 거래처 변경’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해외에서도 기업의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자료제출명령 등의 제도를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 기술보호 환경은 우리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손해배상 판결액은 우리나라의 110배 수준이며, 중국도 지난해 11월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 5배 이내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전환 제도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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