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 들어온 지 30분 만에 동났어요. 다음 주에 순번 맞춰 오세요.”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은 낮 12시부터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정책에 따라 이날부터 1인당 마스크 구입 한도가 ‘1주일에 2장’으로 조절되며 ‘혹시 나도 구입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 달리 30분도 안 돼 마스크는 동이 나고 말았다. 해당 약국 관계자는 “본래 오후에 마스크가 들어왔는데 오늘은 오전에 들어왔다“며 “같은 시간에 풀려고 하니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오전에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다 팔렸다”고 전했다.
다른 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종로구의 다른 약국도 이날 오전 11시30분 200장의 마스크가 들어왔는데 30분 만에 ‘품절’ 안내문을 붙여야 했다. 약국 관계자는 “내일은 마스크가 안 들어올 것 같다”며 “출생연도에 따라 구매 가능 요일을 확인하고 신분증을 가지고 월요일에 다시 오라”고 안내했다. 이어 “11시30분에 오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 몰릴 것이 분명하니 20분 전에는 줄을 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사 점심시간에 맞춰 약국을 찾은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앞서 사람들이 구입에 성공한 약국 종이봉투에 담긴 마스크만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직장인 한모(53)씨는 “마스크가 없어 하나를 거의 1주일째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에는 구입할 수 있을까 하고 약국 몇 군데를 돌았는데 모두 품절이었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찾은 사람들의 불편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약국 건물에 있는 피부과를 찾은 정모(34)씨는 “약을 받으러 왔는데 줄이 길어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이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에 마스크 공급이 이뤄지면 불편이 클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음 주(9일)부터는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1과 6인 사람은 월요일, 2나 7인 사람은 화요일, 3과 8은 수요일, 4와 9는 목요일, 5와 0인 사람은 금요일에 1주 2장 한정으로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약국을 통한 마스크 공급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마스크 구입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마스크 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하며 “(마스크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마저도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며 “최전선에서 방역, 의료,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위해 마스크가 우선 지급되는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양보와 배려를 부탁드리고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실하다. 지금은 긴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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