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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생산량 10배 요구”… 20년 만든 마스크 ‘생산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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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06 07:00:00 수정 : 2020-03-06 07: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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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덴트 “손실 감수할 명분·의욕 상실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입구에 공적판매 마스크의 재고가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정부가 내놓은 마스크 수출 전면 금지·공적 판매 비중 확대 등 대책의 부작용으로 20년 간 마스크를 생산해온 한 업체가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 업체 대표는 “정부가 생산원가의 50% 정도만 인정해주겠다면서 일일 생산량의 10배에 달하는 수량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5일 치과에서 사용되는 각종 재료를 생산·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이덴트 홈페이지에는 신선숙 대표 명의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이 사과문에서 신 대표는 “죄송한 말씀을 올린다”며 “그동안 자부심을 갖고 생산해 왔던 이덴트의 마스크 생산이 중단됨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그는 정부가 제조업체 생산량의 80%를 일괄 매입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고도 전했다.

 

신 대표는 생산 중단의 이유로 두 가지를 언급했다. 신 대표는 “그동안 우리 마스크는 단가가 싼 중국산 원단과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한국인 근로자 3명을 써서 생산단가가 중국산과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은 생산원가의 50% 정도만 인정해 주겠다는 통보와 일일 생산량의 약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며 첫 번째 이유를 댔다.

 

20년 간 마스크를 생산해온 것으로 알려진 치과 재료 생산·판매 업체 이덴트 홈페이지에 5일 올라온 대표 명의의 사과문. 이덴트 홈페이지 캡쳐

이어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이덴트는 하루 생산량을 200통(1만장)에서 240통(1만4400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원을 1명 더 충원했고 매일 2시간 연장근로와 주말근무로 각종 수당 지급 등 상황이 있었지만 회원들의 어려움이 이덴트의 어려움이라 생각해 마스크값을 1원도 안 올렸다”며 “부르는 대로 돈을 주겠다는 중국에 1장도 안 팔고 공급해왔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그런 이덴트가 11년 된, 생산도 원활하지 않은 기계를 돌리면서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덴트 마스크를 생산해야 하는 명분도, 의욕도 완전 상실한 상태”라는 말로 정부의 마스크 대책을 꼬집었다.

 

두 번째 이유를 신 대표는 “주문이 밀려 치과 재료 발송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하루 생산된 전량을 이덴트 홈페이지에 매일 11시에 판매를 해왔고, 정부 지침에 따라 우선 배송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마스크 제조업체 전부에 일괄지침을 적용해 마스크가 꼭 필요한 의료기관(치과)에 생산·판매하는 것조차 불법이라고 지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대표는 “이덴트를 사랑해주고 애용해주는 치과인들 덕에 이덴트가 이만큼 성장해 왔기에 이번 어려움에 정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해왔지만, 지금은 이덴트 전 직원이 의욕이 많이 저하된 상태로 대표인 제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하고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 두번째)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들과 합동으로 마스크 수급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어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마스크 제조업체의 공적 의무공급 비율이 현 50%에서 80%로 늘고, 국민 1명이 살 수 있는 마스크는 일주일에 2매로 제한된다. 마스크의 해외 수출은 아예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으로 마스크 생산을 중단하는 업체가 더 늘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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