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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창궐하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음모론도 기승을 부리기 일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에는 밑도 끝도 없는 괴담이 폭주하고 그 농도도 짙다.

압권은 미국 군부 개입설과 바이러스 유출설이다. 얼마 전 한 러시아 방송은 미 군부의 비밀 생화학무기팀이 제약회사와 짜고 코로나19를 퍼트리고 있으며, 그 배후에 미 정보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친중파 유튜버들도 비슷한 음모론을 퍼트렸다. 미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공화당 소속 톰 코턴 상원의원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우한에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병균을 연구하는 중국 유일의 생물안전 4급 슈퍼실험실이 있다”며 중국군의 생화학무기 개발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들은 “완전히 미친 소리” “반정부 세력이 생산한 가짜뉴스”라고 맞불을 질러 파문은 가라앉는 듯했다.

그런데 중국 화난이공대 연구진이 논문에서 연구소 실험실의 폐기물 등을 통한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이 증폭됐다. “연구소장이 실험 동물을 화난 수산시장에 팔아넘겼다” “모 연구원이 ‘0호 환자’다” “코로나19가 인공적으로 합성됐다”는 식의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연구소 측은 그제 서한 형식의 성명을 통해 연구활동을 공개하며 모든 의혹을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8개국 출신 27명의 과학자도 같은 날 의학전문지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각국의 병원균 분석 결과를 인용해 코로나19는 야생에서 유래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음모론이 난무하는 건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19의 실상을 은폐·축소하는 데 급급한 탓이 크다. 확진자·사망자 집계에 고무질 잣대를 적용해 통계 조작 논란까지 불거진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두 달이 흘렀지만 중국 당국은 그 기원에 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난 수산물시장이 진원지로 지목됐지만, 최초 환자 41명을 조사한 보고서에는 최초 발병자가 이 시장에 간 적이 없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최초 발병 경로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숨기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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