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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접촉 분류 6번 환자, 격리 안돼… 결국 아내·아들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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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1 07:00:00 수정 : 2020-02-01 1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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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감염’ 현실화… 방역 허점 / 딸·사위도 설연휴 기간에 밀접 접촉 / 딸은 어린이집 교사… 해당 원생들 불안 / 8번 확진자 1차 검사 땐 음성 판정받아 / 격리해제 후 군산 이마트·병원 등 방문 / 뒤늦게 양성 판정… 부실 검사 논란 / 지역사회 우려 확산… 방역체계 점검 시급
7번 환자 격리조치 31일 오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7번 환자가 격리조치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병원관계자가 의료용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3차 감염자 발생은 방역구멍이 낳은 결과다. 3번 환자의 접촉자가 초기에 제대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추가 환자가 나왔다. 한 환자는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해제돼 돌아다니다 뒤늦게 양성 판정을 받아 검사체계 부실 논란도 불거졌다. 확진자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뉴스1

3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0, 11번 환자는 6번 환자의 아내, 아들이다. 6번 환자는 3번 환자의 친구로, 90분가량 함께 식사를 한 뒤 감염됐다. 6번 환자는 90분가량 식당에서 3번 환자와 있었으나 일상접촉자로 분류됐다. 일상접촉자는 격리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주기적으로 상태를 점검받는다.

질본은 애초 3번 환자의 증상 시작 시점을 22일 오후 7시로 봤으나 며칠 뒤 오후 1시로 수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6번 환자는 밀접접촉자로 조정돼 격리돼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4명 추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2차 조사 과정에서 6번 환자 접촉 강도를 재분류했었어야 했는데 내부 판단의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 태안 보건당국은 6번 환자가 설 연휴인 지난 23~27일 서울 자택에서 자신의 딸 A(29)씨, 사위 B(33)씨 부부와 밀접하게 접촉했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교사인 A씨는 설 연휴 직후인 28일부터 30일까지 출근해 원생을 가르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어린이집 원생은 29명이며, 방역작업을 거친 뒤 즉시 휴원에 들어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A씨에게서 아직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한 데다 바이러스 잠복기가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B씨가 근무하는 태안군 한국발전교육원도 이날 오전 교육생 전원을 긴급 귀가시켰다. 한국발전교육원은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5개 화력발전회사가 설립한 직원 교육기관으로 200여명이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31일 충남 태안군청 회의실에서 가세로 군수(가운데 왼쪽) 주재로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태안에서는 한 어린이집 교사가 설 연휴 6번째 확진자인 아버지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태안군 제공

태안군은 A씨 부부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진행, 1일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3번 환자와 6번 환자 접촉 후 불과 10일 정도의 기간에 6번 환자 가족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신종코로나의 전파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슈퍼전파자도 등장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번 환자는 지난 23일 입국한 뒤 28일 음성 판정을 받고 능동감시를 받았다. 29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이마트 군산점에서 장을 봤고, 병원과 식당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확진 판정을 받고 원광대병원에 격리되기 전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닌 것이다. 3번 환자의 경우처럼 8번 환자를 통한 2차 감염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7번 환자는 발생 사실을 늦게 알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제6차 종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서울시민인 7번 환자는 어제 저녁 6시30분에 확진됐음에도 즉시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며 “실시간으로 발표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시민 불안을 키우게 된다”고 비판했다. 질본은 이날 오전 7번 환자를 공개했다.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CGV성신여대입구점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5번 환자 동선도 이날 오후 4시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CGV성신여대입구점은 이미 전날 밤 5번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영업을 중단했다. CGV 측은 “구청에서 통보를 받고 자체 방역을 했으며 추가로 보건소 방역도 실시됐다”며 “주말에도 방역한 뒤 안전이 확인된 다음, 2월2일 이후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이런 가운데 이날 인터넷에는 5번 환자와 접촉자 역학조사 결과가 담긴 공문서가 유포됐다. ‘건강관리과’ 작성으로 돼 있는 문건에는 25일 오후 4시45분 영화관에서 엄마와 영화를 봤다고 적혀 있다. 보건당국의 누군가 문건을 사진 촬영해 유출한 것이다. 정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일관에서 3번 환자, 6번 환자가 식사를 한 사실도 한일관, 지역 보건소가 질본보다 먼저 공개했다. 한일관은 위생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다음달 5일까지 문을 닫는다.

 

국내에서 2, 3차 감염이 발생하면서 방역체계를 점검해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한 교민들 고국서 첫날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진원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31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고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있다. 이날 오전 전세기를 타고 입국한 368명의 교민 중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200명,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150명이 분산 수용됐다. 아산=뉴스1

6번 환자의 경우 증상이 경미한 데도 3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능동감시자도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과 중국에서는 발병 직전 무증상 시기에 노출돼 감염됐다는 사례가 일부 보고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현재는 지인, 가족 등 제한된 범위에서의 전파로, 지역사회 광범위한 전파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밝혀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정보 등을 바탕으로 위험도를 평가해 사례정의 확대, 접촉자 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태안=김정모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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