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복무 도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육군 부사관이 군당국의 ‘강제 전역’ 방침에 반발해 “최전방에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2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연 기자회견에 군복을 입고 참석한 변희수 하사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뜻으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과 일련의 과정을 이겨냈다”는 말로 운을 뗐다.
변 하사는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져 결국 성별 정정 과정을 거치겠다고 결정했다”며 “소속 부대에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막상 밝히고 나니 후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육군이 내린 전역 판정에 대해 변 하사는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은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군대는 계속해서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보하는 중”이라며 군에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며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회견문 낭독을 이어갔다.
“저는 복무할 수 있게 된다면 용사(남군)들과 취침하며 동고동락하고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할 것입니다.”
변 하사는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하는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고, 힘을 보태 이 변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저는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통일!” 하고 거수경례를 하는 것으로 회견을 마쳤다.
변 하사는 기갑병과 부사관으로 임관해 경기 북부 최전방 부대에서 복무하던 중 지난해 휴가 기간에 여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에 육군은 이날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변 하사의 전역을 결정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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