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 와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이 느껴진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것은 물론 특급 호텔에서 고급 와인으로 제공되고 있다. 한국 와인이란 국내에서 재배된 포도 및 과실로 만든 와인. 기존에 해외에서 벌크로 수입, 한국에서 포장만 한 국산 와인과 차별화한 용어이다. 최근에 이러한 한국 와인 중 독특한 와인을 하나 만났는데, 바로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에서 만든 캠벨 화이트 와인이다.

이 와인의 특징은 적포도를 가지고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적포도는 포도 껍질이 붉은 것이지 포도 알갱이가 붉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포도 알갱이만 가지고 발효시키면 얼마든지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서양에도 이렇게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바로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나오는 샴페인이다. 즉, 레드 와인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 알맹이가 아닌 포도 껍질인 것이다. 그래서 껍질을 제거하면 화이트 와인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은 당연히 청포도로 만든다. 그렇다면 이 껍질을 살짝만 발효시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레드와 화이트 중간의 색을 가진 로제 와인이 된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는 로제 와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로제 와인은 적포도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로제 와인은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 쪽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은 어떻게 만들까?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제조상의 가장 큰 차이라면 껍질 발효의 유무일 것이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과 달리 껍질을 제거하고 발효를 시킨다. 포도 씨 역시 맛이 써지기 때문에 모두 제거한다. 덕분에 포도 알맹이로만 만드는 화이트 와인은 신선하고 상큼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맛은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경우가 많다. 마치, 생선요리에 레몬을 뿌리듯 말이다.
청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껍질까지 넣으면 어떤 와인이 될까? 신기하게도 이러한 와인의 이름은 ‘오렌지 와인’이다. 와인 색이 오렌지 빛깔로 변하기 때문이다. 기존 화이트 와인에 비해 묵직한 맛이 있고 떫은 맛이 있다. 발효된 껍질과 씨앗 등이 주는 맛이다. 그래서 화이트 와인 계열이지만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 한국의 와이너리에서는 오렌지 와인이라는 상품을 출시한 곳은 없다.
우리는 수많은 고정관념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나이가 적으면 마냥 어리다고 느끼는 것, 업무의 역할을 성별로 정해 버리는 것도 실은 고착화된 잘못된 생각에서 나오는 일이다. 검붉은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세상의 나쁜 고정관념과 편견하고는 계속 싸워야 한다. 그리고 깨뜨려 가야 한다. 술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큰 가르침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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