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했다. 이어 8일 김상조 대통령 정책실장이 라디오 방송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더 센 대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집값 불안이 계속될 경우 시가 15억 원 초과 초고가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봉쇄한 12·16 대책에 이은 다음 대책이 발표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 실장은 “대출·세금·공급·임대 문제 등 모든 제도적 요소를 메뉴판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정부가 본격적인 집값 잡기에 나설 태세다. 12·16 이전까지 이어진 17차례의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지나친 수요 규제에 의한 거래 절벽 등의 문제가 집값 불안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이유로 거론됐다. 아울러 다른 일각에서는 저금리로 풀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대거 몰려 가격 상승을 주도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시중 통화량 변동성이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논문이 나와 주목된다.
9일 한국감정원의 학술지 ‘부동산분석’에 실린 ‘통화량 변동성과 주택가격 변동성 간 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 변화는 주택가격과 실물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내용을 보면, 우선 시중 통화량 변동성 1% 상승 충격에 대한 서울 주택가격 변동성은 3개월 후 최대 0.39% 상승했다 점차 감소했다. 이는 최근 서울 주택가격 급등의 저금리에 기반을 둔 시중의 유동성 변동에 있다는 사실과 부합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통화량 충격이 서울 주택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 주택가격 변동성 1% 상승 충격은 통화량 변동성을 2개월 후 최대 0.07% 상승시켰다. 서울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변동성을 확대했을 경우,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경제주체의 강한 믿음을 형성해 시중 유동성을 키우는 경로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서울 주택가격 변동성 1% 상승 충격은 전산업 생산을 3개월 후 최대 0.08% 상승시킨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서울 주택가격 변동성 충격이 자산효과 등을 통해 전산업 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분석 모형에는 시중통화량(M2) 증감률과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지표, 3년 만기 국채 수익률 등이 사용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통화량의 변동성이 서울 주택가격의 변동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바, 정부와 통화 당국은 시장에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예기치 못한 통화량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이런 신호들이 감지된다면 시장과 소통하고 통화량의 변동성을 줄여 예기치 못한 경제적 충격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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