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탈북 방송인 전철우(53)가 방송을 통해 ‘남한의 부모님’을 찾았다.
3일 오후 방송된 KBS1 예능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전철우는 김영수·이정열 부부를 찾아나섰다.
앞서 전철우는 1989년 스물두살의 나이로 남한에 와 1년여 동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관리 하에 지냈다.
그는 1991년 한양대에 입학해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자취하며 지냈다.
김영수·이정열 부부는 강동구 보안지도위원회 임원으로 활동하던 중 전철우를 알게 돼 ‘가족처럼 지내겠다’며 나섰다고 한다.
부부는 전철우를 집으로 초대했고, 생일에는 쌀밥과 미역국으로 차려진 상에 케이크를 올려 축하했다.
전철우는 “난생 처음 케이크를 먹어봤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님은 나를 위해 실향민들을 집에 부르고, ‘우리 아들’이라며 나를 소개했다”며 “속이 깊은 분인데, 그 마음을 그때는 잘 몰랐다. 마음을 표현했어야 했는데…”라며 눈물을 보였다.
1994년 개그맨으로 데뷔하는 등 방송 활동을 시작한 전철우였지만, 남한 아버지 김씨는 학업을 이어가며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고 한다. 이렇게 둘 사이는 오해가 쌓이며 서먹해졌다.
전철우는 “방송일이 많아지고 이사하게 되면서 멀다는 핑계가 생기고, 꾸지람을 하시니까 그 핑계로 못 보고 이러면서 멀어졌다”며 “냉면집 하며 바쁘다고, 또 안 좋아지니까 안 좋아져서 못 보겠더라”고 털어놨다.
탈북 후 남한에서 꿈을 이룬 새터민의 대명사로 불린 그였지만, 곧 시련이 찾아왔다. 2000년 결혼한 전철우는 4년 만에 이혼했다. 또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40억원을 날리는 바람에 사업도 어려워졌다.
그는 “나가기도 싫고 집에서 매일 술만 마셨다”며 “집이 9층이었는데, 떨어지고 싶은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전철우는 남한 부모를 찾기 위해 경기도 가평군으로 향했다.
전철우는 먼저 남한 누나와 여동생들을 만나 눈물을 흘렸다.
남한 누나는 “아버지한테 가자”며 전철우를 데려갔다.
안타깝게도 김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10여년 전 치매까지 시작돼 요양원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났다.
남한 누나가 산소에 도착해 “이곳에 아버지를 뿌려드렸다”고 하자 전철우는 “아버님 때문에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는데…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남한 어머니 이 여사는 전철우를 보자마자 손을 꼭 잡고 “철우야, 어디 갔었나 궁금했었네”라며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앞서 전철우는 2007년 8살 연하의 무용인 표진영씨와 재혼했고, 새로운 사업을 통해 재기의 길을 걷고 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사진=KBS1 ‘TV는 사랑을 싣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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