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취해 잠든 직장 후배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4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했으며 고발 시점이 약 사고 발생 후 약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진 점, 그리고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단 점 마지막으로 피의자가 피해자를 강제로 모텔까지 끌고가지 않았단 점 등을 비추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태호)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받은 A(46)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22일 선고 했다.
앞서 A 씨는 2015년 12월31일 오전 1시30분쯤 광주 한 모텔에서 술 취해 잠든 B(당시 24·여) 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B 씨는 직장 선후배 사이로 같은 날 함께 술을 마신 후 모텔로 함께 이동한 것으로 조사 됐다. 이후 2년여가 지난 해 3월 쯤 B씨는 A씨를 준강간미수혐의로 고발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B 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 씨가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술에 취해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A 씨가 이 같은 사정을 이용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B 씨를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A 씨와 B 씨는 걸어서 모텔로 간 것으로 보이는데, A 씨로서는 B 씨가 술에 취했으나 인사불성 상태가 아니고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여서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정도의 의식이 있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당시 모텔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직원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자를 데리고 오는 남자 등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손님을 받지 않았다. 그 날이 2015년 마지막 날이기에 특이한 손님이 없었다고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모텔 내 상황에 대한 B 씨의 일부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을 의심했다. 재판부는 "B 씨는 무려 26개월이 지나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뒤늦게 고소를 결심하게 된 동기에 대해 A 씨의 무책임한 언행과 태도 등을 언급했다. B 씨는 고소장 제출 약 8개월 전 A 씨와 사건에 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A 씨에게 요구해 사과를 받았다"면서 "무책임한 언행과 태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점 등에 비춰 고소 시점과 경위 등에 관한 B 씨의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판시하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앞서 1심은 "B 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모텔에 가게 된 경위나 과정, 모텔 안에서 이뤄진 A 씨의 범행 내용 등에 관해 일관되게 진술했다. A 씨에 대한 고소 이전인 2017년 4월 A 씨와 커피숍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B 씨는 이 사건을 잊고 살려고 했으며, 성폭행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관점에서 B 씨가 상당한 시일이 흘러 고소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또 "이 사건 범행 이전에 A 씨와 B 씨가 직장 선후배 이상의 관계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다. B 씨가 A 씨를 무고할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 등 B 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은 없어 보인다"며 A 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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