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사진)가 5억원 상당의 유기농 생리대를 기부했다는 따뜻한 소식이 전해졌다.
설리는 지난해 10월 여성용품업체 ‘청담소녀’ 직원들과 만나 자신의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할 생리대 제작을 위해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고인은 단독 리얼리티 웹 예능프로그램 ‘진리상점’에서 “여성들이 월경할 때 좋은 것을 써야 한다”, “유기농 생리대가 나왔으면 좋겠다” 등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제작된 생리대는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설리의 첫 팬미팅에서 팬들에게 나눠줬다. 설리는 성별 구분 없이 생리대를 줘 눈길을 끌었다.
이 생리대는 ‘진리상점’ 시즌2에 맞춰 정식 판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설리가 지난달 14일 세상을 떠나면서 판매는 없던 일이 됐고, 대신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진리상점’ 김지욱 CP(책임 프로듀서)는 “전국에 ‘진리상점’ 이름으로 생리대 10만개를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CP는 “판매 목적도 있었지만, 당초 기부 계획도 갖고 만들었다”며 “‘청담소녀’ 업체와 콜라보래이션한 건데 흔쾌히 좋은 일을 하자고 얘기해줘서 전량 10만개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생전 여성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설리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진리상점’과 업체가 힘을 모은 것. 생리대 10만개는 총 5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진리상점’ 제작진 등은 지난 13일 김포복지재단에 설리의 이름으로 생리대 1만5000개를 기부했다. 재단은 이를 최근 한 부모 가정과 시설 장애인 등 취약계층 여성 1000여명에게 전달했다.
재단 관계자는 “2016년 이른바 ‘깔창 생리대’ 사건이 알려진 이후 기업과 개인을 통해 생리대 기부가 조금씩 들어왔으나, 최근에는 다소 사그라졌던 게 사실”이라며 “재단에 1만개가 넘는 생리대가 한꺼번에 기부된 것은 처음이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김 CP는 “생리대 전용 투명 파우치를 떳떳하게 들고 다니는 것도 이야기됐고, 실제 설리가 ‘공항패션’으로 이를 선보이려 했다”며 “새로운 문화로 발전시켜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2 초반에 출시될 제품이어서 생리대 제작은 완료된 상태였고, 업체와 협의해 전량 기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설리는 이번 생리대 기부 외에도 꾸준히 기부를 이어왔다. 지난 9월에는 유명인사 애장품 판매로 저소득층 청소년을 돕는 나눔장터에 참여한 바 있다. 2012년에는 팬들과 함께 쌀 500㎏을 서울 은천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다. 같은 해에는 조손 가정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화보 촬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설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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