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공정위와 기준 달라”… 과기정통부 장관 발언에 유료방송 재편 ‘삐걱’

입력 : 2019-11-24 19:44:25 수정 : 2019-11-24 22:22:42

인쇄 메일 url 공유 - +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 공정위 11월 초 “문제 없다” 허가 내줘 / 공 넘겨받은 崔장관 “과기부 역할 중요” / 공정위와 다른 결론 가능성 내비쳐 / CJ헬로 "알뜰폰만 분리 매각 곤란" / 2019년 안에 심사 마무리… 결과 주목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이 한 마디가 순조로운 듯했던 국내 유료방송 시장 재편 흐름을 다시 출렁이게 하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8일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사실상 끝난 듯했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한 정부 심사가 과기정통부 심사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 장관은 “공정위에서 판단할 때 (과기정통부와) 지속해서 협력했다”면서도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과기정통부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할 생각”이라고 말해 공정위와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알뜰폰 정책 실패 가늠자?

 

24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외부 전문가와 함께 유료방송 기업결합 심사에 본격 착수했으며,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공정위는 CJ헬로를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독행기업’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시도했을 때 독행기업이라고 판단하고 불허한 것과는 다른 결정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현시점에서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CJ헬로가 한때 알뜰폰 1위였지만 지난해 가입자가 대폭 감소했고, 최근 KT 계열에 선두 자리를 내줄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 3위인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해도 시장점유율이 1.2%포인트 상승하는 데 불과하다는 것도 공정위의 승인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 심사 절차가 끝나고 공은 과기정통부로 넘어갔다. 과기정통부가 연내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한 만큼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정도다. 정부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지 않고 부처가 한 달 만에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부처 이기주의’로 비칠 가능성이 있어 공정위와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과기정통부도 부담스럽다. 일각에서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하지만 알뜰폰은 과기정통부가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통신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10년 동안 공을 들인 대표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 알뜰폰 사업자들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떨어뜨리게 돼 ‘정책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장관도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본다”며 공정위와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자체 기준을 적용해 독자적인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불허 가능성에 무게를 둔 이야기다. SK텔레콤과 KT는 경쟁사인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을 인수하면 알뜰폰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결합을 반대해 왔다.

 

LG유플러스는 KB국민은행과 협력해 알뜰폰 가입자를 확대할 수 있는 데다 CJ헬로 알뜰폰까지 보태면 알뜰폰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SK텔레콤과 KT가 ‘알뜰폰 분리 매각’이나 그에 준하는 내용을 승인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는 의견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CJ헬로 분리는 경쟁사 호재?

 

알뜰폰이 갑작스럽게 화두로 떠올랐지만 공정위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은 대내외 미디어 시장의 환경 변화를 고려한 것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의 빠른 국내 시장 잠식을 막으려면 거대 통신업체와 유선방송사업자(SO)의 결합을 통해 규모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송·통신 융합 산업이 발전하는 대세를 수용하고,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적시(適時)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CJ헬로는 회사 전체를 매각하면서 알뜰폰만 분리 매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알뜰폰만 따로 인수해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분리 매각할 경우 CJ헬로의 경쟁력이 더 떨어지면서 가입자 쟁탈에 혈안이 돼 있는 다른 이동통신사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CJ헬로 노조도 지난 13일 과기정통부 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올해 들어 8개월이나 심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지금 와서 다시 알뜰폰 분리매각 화두를 끄집어내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알뜰폰 분리매각 같은 소모적 논란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방송·통신의 기술융합, 무선 디바이스의 확대 등으로 오래전부터 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이 예측돼왔음에도 정부는 2016년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통해 유료방송시장 자율성에 제동을 걸었고, 그로 인해 케이블방송 산업은 더 큰 위기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무선인프라를 소유하지 못한 MVNO(알뜰폰) 사업자는 어쩔 수 없이 기존 통신사업자에게 망임차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원가경쟁력에서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알뜰폰 사업을 가계통신비 인하의 대안 사업으로 육성하려 했다면 MVNO 사업자에 대한 도매 대가 인하 노력을 해야 했지만 무선인프라를 가진 MNO(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휘둘려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상생’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CJ헬로 인수를 둘러싼 우려를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전국 2200여개 LG유플러스 매장에 알뜰폰 유심카드 전용 판매대를 설치했고, 향후 5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입해 통신·방송 시장 활성화와 혁신 콘텐츠 발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이 회사가 관련 분야에 집행한 연평균 투자액의 2배 수준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현재 케이블 산업은 성장 정체를 겪으면서 망 고도화는 물론 혁신 서비스와 콘텐츠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CJ헬로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케이블TV 고객도 LG유플러스의 혁신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과 관련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
  •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