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현재와 같은 징병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여성의 징집이 불가피하다. (여성 징집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가상의 '테마'로 짚어 놓겠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재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징병제·모병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방송에 함께 참여한 여석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함께했다.
여 전 실장은 "현대전 특성을 보면 총·칼로 싸우던 시절과 달리 근력보다 지력, 인내력, 판단력이 중요시된다"면서 "이러한 요소를 도입했을 때 어떤 분야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수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여성 징집이 헌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개헌이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평등을 중시하는 평소 입장에서 국민개(皆)병제 즉 징병제를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면서 "우리가 겪는 징병제가 징병제답게 운영됐는지는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코너링 잘하면 '좋은 보직' 가고 그러지 않나"라며 "징집이 원칙에 따라서 공정히 됐나. 신의 아들 면제받고 어둠의 자식만 현역 갔던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징병제 취지(평등)를 살리지 못한 징병제였고, 이렇게 할 것이면 차라리 모병제를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여 전 실장은 모병제 논의가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동의하지 않는다. 얻는 표만큼 잃는 표도 있다"며 "우리가 앞날에 올 문제를 미리 이슈화해서 국민이 한번 얘기를 하고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병제를 기반으로 해서 모병제 장점을 최대한 흡수하는 징모 혼합제를 내일의 병역제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신념"이라며 "건설적 안을 내는 사람에게 국민이 표를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정 대표는 "징병제, 모병제를 양자택일 문제로 좁게 봐서는 안 된다"며 "인구 절벽이라는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효율적 국방 능력과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국방 정책과 병역제도 설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도기적으로는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합하는 혼합형제도를 거쳐서 3, 4년 정도 뒤에 완전한 모병제로의 전환을 토론해볼 필요는 있다"며 "병력감축을 전제로 사병 15만명·간부 15만 정도의 적정군사력을 목표로 한 모병제는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7일 단계적 모병제 전환으로 정규군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하며 모병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현안 이슈로 끌어들였다. '인구절벽' 상황에서 징집 인원이 부족해져 단계적 모병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골자다.
연구원은 주요 병역자원인 19~21세 남성이 2023년까지 100만4000명에서 76만8000명으로 급감하고, 2025년부터는 징병제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첨단무기체계하에 강군 실현의 어려움과 20개월 정도 복무로선 정예군 양성이 어렵다는 비판도 있었다.
민주연구원은 징병제로 인한 학업·경력 단절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기회비용이 최대 15조7000억원이고, 모병제로 사병 18만명을 감축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6조5000억원 증가한다는 경제적 성과도 내놨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유튜브 ‘알릴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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