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절도죄로 공개수배 중에 집에 왔기에 엄마가 다락방에 숨겨주었어요. 엄마는 범인은닉죄로 처벌되는가요?”
법에는 피도 눈물도 없단 말인가. 아들이 경찰에 쫓기고 있어서 엄마가 굶지 말고 집에서 쉬었다가 멀리 도망가라고 잠시 숨겨주었는데, 이를 처벌하면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친족상도례에 대하여 ‘법은 가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법언에 따라 친족관계를 형사정책적으로 고려한 것이라 하는데, 법에도 가족 간의 정의가 살아 있어야만 할 것이다.
형법은 제151조 제1항에서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처벌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는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법은 일반사회인의 가슴의 정서를 표현한 규범인데, 우리 가슴에는 가족 간에 범인을 숨겨주지 말라는 말은 기대하기 어려운 규범이다. 따라서 가족 간의 범인은닉행위를 처벌하게 되면, 사회질서의 기본이 되는 가정의 질서를 무너뜨리게 되어 오히려 사회의 질서유지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법이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증거인멸죄에 있어서도 형법은 제155조에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처벌한다’고 하며,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가족이 범인을 위하여 범인은닉이나 증거인멸 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인륜상 기대하기 어렵다.
법은 사람을 위하여 만들어졌고, 형법이 사회질서유지를 위한 규범이라 할지라도, 사회의 기본구성단위인 가정의 정의를 깨뜨리게 되면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 법은 기대가능한 행위만을 요구해야 한다. 피와 눈물을 반영한 규범만이 진정한 법이라 하겠다.
이경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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