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뒤 악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악플을 다는 사람의 심리 이해와 함께 악플에 대한 규제 강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최근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했다. 카카오는 향후 정치 등 다른 분야 뉴스의 댓글 기능을 없앨지도 논의할 방침이어서 이러한 조치가 악플을 근절하는 데 주효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인판테와 위글리는 “언어적 공격은 소통 과정에서 상대방의 입장 대신 상대방의 자존감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폭력적인 언어는 상대의 의견에 대해 건설적인 비평을 하는 대신 상대의 인격을 비난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언어폭력은 상대방에게 조롱, 희롱, 욕설, 협박, 저주 등을 하기에 공격을 받는 사람은 큰 심리적 상처를 받게 된다.
필자는 악플러의 공통적인 문제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 즉 ‘공감의 부재’에 주목한다. 공감은 타인이 처한 상황과 심정을 느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악플러는 자신이 재미로 쓴 댓글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을 주는 범죄라는 의식이 없다.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한 사람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학대와 방치를 경험한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자라면서 공감을 받아본 경험이 있고, 자신의 감정이 타인에 의해서 존중받아본 적이 있어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감 경험이 없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고, 이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으로 이어진다.
악플러들은 흔히 “뭐 그만한 일로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가. 그 정도 비판도 못 견딜 것이라면 연예인을 하지 말았어야지”라고 한다.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감이론학자인 마틴 호프먼은 “공감이란 타인에 대한 관심을 점화해 주는 불꽃이자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접착제”라고 한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과 감정을 공감하는 것은 서로가 이해하고 이해받는 느낌을 주면서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한다.
간호학자인 테리사 와이즈먼은 공감 능력의 향상을 위해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로 상대방의 관점과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둘째로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 셋째로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기, 넷째로 자신이 이해한 상대방의 감정을 그 사람에게 잘 전달하기이다.
공감 능력을 증진하려면 무엇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때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말에 담긴 그 사람의 ‘심정’,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진의’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을 받아본 사람만이 공감할 줄 안다. 이러한 이유로 양육과 사회화 과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정서적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익집단 간 갈등이 심해질수록 고 김수한 추기경이 남 탓에 앞서 내 탓을 먼저 보자며 주창했던 ‘내 탓이오’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측은지심’(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공감 문화의 확산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연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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