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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출근하기 아까운가요?”…‘꾸밈노동’ 샤넬 직원들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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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07 16:50:09 수정 : 2019-11-07 17: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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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적지 않은 수의 카운터 매니저들은 9시30분이라는 시간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맞춰 출근하고 있습니다. 9시30분보다 20∼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

 

이런 문구가 ‘매장 관리 매뉴얼’ 교육 자료에 쓰여 있다면 이를 일찍 출근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법원은 해당 문구가 쓰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가 직원들에게 일찍 출근할 것을 명시적·묵시적 지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최형표)는 샤넬코리아 백화점 매장 직원 355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업무 시작 전 이른바 ‘꾸밈 노동’에 드는 시간에 대한 초과근무 수당을 달라는 직원들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직원들은 규정된 출근 시간인 오전 9시30분보다 실제로는 30분 일찍 출근해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 등을 해야 한다며 조기 출근해 제공한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청구했다.

 

사측이 백화점 판매직원들에게 배포하는 ‘그루밍 가이드’에는 메이크업, 향수, 액세서리 착용 지침 등이 정해져 있다. 여기에는 화장 부위(눈, 입술, 손톱)별로 사용해야 할 제품이나 액세서리 착용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고, 사측은 직원들이 이용할 제품을 전국 각 백화점 매장에 비치한다.

 

샤넬코리아 측은 조기 출근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사측은 “오전 9시30분부터 1시간을 메이크업을 포함한 매장 개점 준비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근로시간에 포함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개점 준비시간으로 1시간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수 백화점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매장의 판매직원들이 9시 이전에 출근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을 하거나 개점 준비 등을 하는 모습이 촬영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제시된 증거들만으로는 상시로 30분씩 조기 출근을 하고 실제 근로를 제공했단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날, 크고 작은 행사가 계획된 날, 새로운 제품 출시일, 한 달을 마무리하는 달 등에는 무언가 되짚어 보고, 미리 점검하여 만반의 준비로 여느 날과 다른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매뉴얼의 또 다른 문구도 재판부의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매장 관리 매뉴얼에서 정규 출근 시간보다 20∼30분 일찍 출근하지 못하고 제시간에 출근하는 것을 질책하는 듯한 기재가 발견되기는 한다”면서도 그 바로 뒤에 이런 문구가 있는 것을 보면 “행사 준비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업무상 조기 출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측이 9시를 기준으로 근태를 관리하고 조기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였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재고조사나 행사 준비 등으로 조기 출근의 필요성이 있는 때는 시간외근로를 신청하고 계획된 업무를 수행한 점 △조기 출근을 인정할 수 있는 출퇴근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점 △일부 CCTV 영상에서는 조기 출근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청구 기간의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매일 30분씩 조기 출근해 사측에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실제로 제공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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