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이 생화학물질을 민간배송 업체를 통해 국내 여러 기지로 반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주한민군은 살균처리 등을 통해 독성을 제거한 뒤 반입했다는 입장이지만, 생화학물질이 잠재적 위험성을 안고 있는 데다 구체적인 실험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최인호 의원(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미군의 ‘비활성화 생물 시험 시료 반입 보고’ 자료에 따르면 주한민군은 미 생화학방어 합동참모국(JPEO-CBRND)으로부터 올해 1월 9일 ‘보툴리눔 톡소이드’와 ‘포도상구균 톡소이드’, ‘리신’ 등을 112ng씩 국내에 반입했다.
반입은 민간 배송업체인 페덱스의 항공특송을 이용했으며 국내 수신처는 부산항 8부두 시료분석실과 전북 군산시 미공군기지 제8의료지원대, 경기도 미오산공군기지 제51의무전대,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등으로 드러났다. 보툴리늄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 분비하는 단백질로 신경조직을 마비시키고 파괴하는 신경독소 물질로 1g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 포도상구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균 중 하나다.
주한미군 측은 “생화학 방어프로그램 ‘센토(CENTAUR)’ 지원을 목적으로 생화학물질 시료를 한국에 반입했으나, 보툴리눔을 포르말린으로 처리하고 포도상구균을 유전적으로 변형해 독성을 제거한 상태여서 안전하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살아 있는 생물작용제의 경우 허가를 통해 국내에 들여올 수 있으나, 살균·멸균 처리된 생물작용제는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도 반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은 부산항 제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철거 남구지역대책위를 구성해 미군의 생화학세균 실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부산항 8부두 미군부대 앞에서 규탄 집회와 촛불집회, 1인 피켓 항의 시위 등을 연일 이어가며 생화학 물질을 반입한 주한미군을 규탄하고 있다.
대책위 측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미군의 행태에 분노한다”며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국내에 반입한 생화학물질의 실험 여부 등에 대한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세균 무기 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산미군기지 우리땅 찾기 시민모임도 “생화학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을 국제우편으로 국내로 반입한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진상조사를 통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전북도당은 전날 논평을 통해 “미국이 화학무기 금지조약에 가입했는데도 지난 2015년 한반도에 탄저균을 들여온 데 이어 최근에는 치명적인 독소 물질을 반입한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이번 생화학물질 국내 반입사건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도 전면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군산·부산=김동욱·전상후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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