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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경양식과 첫 대면한 그날의 추억 소환 [김셰프의 낭만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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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09 14:00:00 수정 : 2019-11-08 20: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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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하게 차려입은 웨이터가 주는 식전스프 / 생소한 나이프 식사… 이젠 일본식 돈카쓰 대세 / 한국식 푸짐한 돈가스 서양식 포크커틀릿과 유사

‘경양식’은 가볍고 간단하게 만든 서양 음식이라는 뜻을 지녔다. 애초 일본에서 서양식 단품 요리를 뜻하는 말로, 일본에서는 ‘화양식’이라고도 한다. 주로 돈가스, 햄버그스테이크, 오므라이스 같은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이 중 돈가스는 경양식의 대표주자 격이다. 번성하던 경양식집은 1990년대 들어 패스트푸드에 밀려 점차 사라졌지만 2010년쯤부터 레트로풍 식당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추억을 담은 돈가스가 요즘 인기다. 김 셰프의 돈가스는 여기에 어머니의 기억까지 담는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셨던 참기름 간장 볶음밥을 더하고 양파 벨루테와 애호박 퓌레, 돈가스 소스를 곁들였다.

 

장식은 텃밭에서 가져온 한련화와 파슬리다.

 

#처음 맛본 경양식의 아련한 추억

초등학교 시절의 경양식 집에 대한 작은 추억이 있다. 외식은 갈비나 불고기, 중국집이 전부였던 그때 생일에 맞벌이하는 부모님 대신, 작은 삼촌과 함께 처음으로 동네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날은 서양 미식에 처음 입문한 날인데 멋진 옷을 입은 웨이터가 빵과 수프를 가져오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수프의 걸쭉한 농도와 맛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에 길들어 있던 순수했던 나의 미각에 너무나도 생소한 맛이었다. 아마도 기성품 수프였을 텐데 내 목을 타고 내려가 마음까지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 준 기억이 난다. 수프의 따뜻한 첫맛과 푹신한 소파는 경양식을 처음 먹던 그날이 더 없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웨이터가 들고 온 다음 음식은 갈색 소스가 가득 뿌려진 돈가스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햄버그스테이크. 동그란 돔 모양으로 담은 밥과 그 위에 뿌려진 참깨는 정말 그 당시엔 신기하고 맛있어 보였다. 햄버그스테이크의 부드러움은 평소 돼지갈비에 익숙한 나에게는 신세계였고 그 후로 자주는 아니지만 경양식에 입문한 미식가로서 부모님께 자주 서양요리 외식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데이트, 가족모임, 맞선 자리 등 나름 격식이 있는 모임 때 많은 이가 찾던 경양식 집들은 1990년대에 들어 점차 사라져 갔다. 서양 음식에 대한 서민들의 낭만을 대중화시킨 피자헛(1985년 한국 오픈)과 맥도날드(1988년 한국 오픈) 같은 프랜차이즈들의 오픈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식 돈가스를 가장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김밥천국이 1995년에 생기면서 경양식의 가장 대표 메뉴들을 편하게 접하는 격변의 시기가 찾아왔다. 결정적으로 1998년 터진 외환위기 사태는 경기침체를 부르면서 외식업의 소비 심리 축소, 소비 패턴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무수히 많은 경쟁 음식점이 생겨난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그 당시의 추억을 간직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그리움을 문화로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2010년 이후 음식에 문화, 추억 회상까지 더한 레토르풍의 음식점들이 서서히 들어서기 시작했다.

#경양식 1장 , 대표 음식 돈가스

돈가스는 경양식의 가장 대표 격인 음식이다. 돈가스가 일본의 ‘돈카쓰‘와 비슷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돈카쓰가 한국의 돈가스로 변형된 사실 또한 이제는 비밀도 아니다. 일본의 소스를 찍어먹는 두툼한 돈카쓰가 한국의 소스의 버무려진 넓고 평평한 돈가스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재미있다. 그렇다면 돈가스는 한국 음식일까. 김 셰프는 돈가스가 한국의 전통 음식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 문화에 깊이 들어와 있고 또한 자주 접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돈카쓰는 일본의 고유 전통 음식이 아니다. 이제 겨우 100년 조금 넘은, 어찌 보면 일본의 근대 음식 중의 하나다. 서양의 ‘커틀릿’이 일본으로 가서 ‘돈카쓰레쓰’라고 불리다 편의성을 위해 ‘레쓰’를 빼고 ‘돈카쓰’로 줄여 부른 것이 시작이다. 많은 이가 돈카쓰가 서양의 포크커틀릿에서 유래된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돈카쓰를 일본의 음식으로 인정한다.

그렇다면 ‘한국 돈가스’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1960년 한국에 경양식 레스토랑들이 생겨나고 일본을 통해 돈카쓰가 도입됐는데 한국의 푸짐한 식사 문화가 곁들여졌다. 고기를 엷게 펴서 접시에 가득 차 보이게 담고 소스를 흠뻑 얹어준 후 같은 접시에 밥과 김치 또는 깍두기를 곁들여 준 것이 지금의 한국 돈가스다. 외형으로 봤을 때에는 돈가스는 돈카쓰보단 서양의 포크커틀릿과 더 닮아 있다.

돈카쓰가 서양식 커틀릿을 응용한 일본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돈가스도 일본식 돈카쓰를 응용한 현재의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한국 음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50년이 넘는 노포가 된 경양식 집들이 생기고 있는 요즘, 돈가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우리 또한 받아들이고 돈카쓰가 일본음식이 된 것처럼 돈가스도 한국 음식으로 접한다면 레토르풍의 경양식집들이 늘어가는 시대에 커틀릿 또는 돈카쓰가 아니라 더 맛있는 ‘한국의 돈가스’가 생기지 않을까.

 

추억의 돈가스 만들기

<재료> 얇게 저민 돼지 등심 120g,오일 50mL에 곱게 간 마늘 2톨, 소금 두 꼬집, 후추 한 꼬집, 계란 물 조금, 청주 1TS, 거칠게 간 우유 식빵 2조각,다진 바질 1장을 섞은 밀가루 1TS, 콩 식용유 500mL

<만들기> 1.돼지 등심은 청주에 1시간가량 버무려 준 후 수분을 뺀다. 2.소금과 후추를 뿌려준 후 마늘 오일에 반나절 정도 마리네이드를 해준다. 3.밀가루를 묻힌 돼지 등심에 계란 물과 거칠게 간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준다. 4.좋아하는 소스를 듬뿍 뿌려 버무려 준다.

시판하는 소스에 생크림과 우유를 1:1:1로 섞은 후 다진 양송이를 넣어 끓이면 괜찮은 돈가스 소스를 만들 수가 있다.


오스테리아 주연·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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