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는 홀로그램 인공지능(AI) ‘조이’가 등장한다. 조이는 주인공인 LA 경찰 소속 블레이드 러너 ‘K’의 연인이다. K는 스스로 복제인간이면서도 과거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후 인간들 사이에 숨어 사는 옛 복제인간을 추적해 제거하는 일을 한다. 그는 조이와 함께 살면서 사랑을 느끼고 자신의 비밀과 고민을 얘기한다. 조이 역시 그를 누구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위로하며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면모와 감정을 보여준다.
얼마 전 개봉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는 전쟁 AI가 눈길을 끈다. 여주인공 사라 코너가 최첨단 무기 AI ‘스카이넷’을 파괴해 인류의 종말을 막았지만 또 다른 AI ‘리전’이 탄생해 핵전쟁을 일으키고 인류를 파괴하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낸다. 이 영화 제작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우리는 ‘터미네이터’ 시대 바로 직전에 살고 있으며 이제는 슈퍼 인텔리전트 AI도 가능한 시대”라고 했다. 영화 속에서 AI가 펼치는 세상이 먼 미래의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그제 삼성 AI 포럼에서 “현재 AI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학습, 판단, 결정하는 인공일반지능(AGI)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AI가 인간의 편견과 불합리성까지 배운다는 점이다. 미국 법원에서 보석 결정을 위해 쓰이는 AI 기반의 소프트웨어는 흑인 등 특정 인종과 저소득 계층의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얼마 전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AI도 선입견이 있다”며 “이 기술이 사회에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선 교육·정책·법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윤리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AI가 살상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의회 산하 국가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는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미국의 AI 노하우를 가져가고 있다”면서 “AI가 핵무기 사용을 허가하는 일을 막으려면 미국이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만간 우리가 보게 될 AI는 ‘조이’일까 ‘리전’일까.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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